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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6-03-03 21: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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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커플의 행복한 동거

[일다 2006-03-02 00:42]  




행복한 레즈비언 커플이 흔하지는 않더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주변에서 듣게 되는 것은 레즈비언 커플의 무수한 실패담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레즈비언 커플의 행복한 동거 비결이 궁금해진다. 과연 레즈비언 커플인 너와 나, 우리가 어떻게 함께 일상을 꾸리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삶의 일치된 지향점, 성실한 태도로 시작


우선 한 커플이 함께 꾸려야 하는 그 ‘일상’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일상은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일들로 가득한 반복적이고 지루한 과정이다. 게다가 공유하는 일상은 성격, 경험, 관심, 습관, 직업, 가치관의 차이, 상이한 가족사, 경제적 문제 등이 크고 작은 장애물로 나타나 두 사람에게 무수한 갈등을 안겨준다. 뿐만 아니라 질병, 사고, 죽음 등 예측할 수 없이 발생하는 불행과 재난 역시 잊지 말아야겠다.


레즈비언 커플의 동거는 바로 이 일상이란 척박한 토양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토양에 ‘관계’의 나무 한 그루를 심고 키우는 것이다. 즉 두 사람의 신뢰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 나무에서 행복이라는 탐스러운 과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물을 주고 영양을 공급해야겠지만 그보다 앞서 나무 자체의 뿌리가 튼튼해야 하겠다.


나무의 뿌리란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삶에서 지향하는 바, 즉 ‘가치관’과 관련된다. 가치관이 좋은지 나쁜지는 제쳐두더라도 삶의 지향점이 불일치하거나 비슷하지도 않다면 썩거나 약한 뿌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비밀이 없고 솔직하고 성실한 태도로 관계를 출발하지 않는다면 역시 속으로 곪은 뿌리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삶의 일치된 지향점 아래서 솔직하고 성실한 태도로 임해야 신뢰의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는 것이다.


너로부터 나의 독립, 그리고 배려와 책임


비록 뿌리가 튼튼한 나무를 땅에 심는다고 하더라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순간이다. 행복한 동거를 원하는 레즈비언에게 사랑은 합리적 판단과 부단한 노력이 동반된 ‘의지적 사랑’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무를 키울 물과 영양분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의지를 가지고 사랑과 신뢰를 키워나가야 하는 행복한 동거의 두 축, 즉 ‘너로부터 나의 독립’과 ‘나의 너에 대한 배려와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먼저, 상대방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으면 행복한 동거는 불가능하다. 그 독립의 내용으로 경제적 독립, 정서적 독립, 육체적 건강을 들 수 있다. 파트너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어렵다. 게다가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해서 병적인 집착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그것 역시 갈등의 큰 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건강한 생활리듬과 좋은 습관,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갖고 있지 않다면 건강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결국엔 파트너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따라서 나의 독립성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 즉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일상 속에서 확보해 낼 필요가 있고 내 성격, 관심, 기호, 취미, 습관의 차이를 파트너에게 끊임없이 이해시켜 나가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이 없다면 동거의 의미가 없다. 배려의 시작은 파트너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파트너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과정도 필수적이지만 마찬가지로 파트너 역시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부단히 애써야 한다. 게다가 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할 경우, 무거운 책임까지도 감당해야 할 경우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다. 파트너가 일시적으로 실직해서 경제적으로 힘들다면 그를 위해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파트너가 갑작스레 질병에 걸린다면 그를 위해 간병하고 돌봐야 하며,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된다면 그를 위로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관계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성장


그런 관점에서, 공유해야 할 일상의 대부분이라 볼 수 있는 가사노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사노동이 적절히 분담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독립적인 나로 살아가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분담된 가사노동만을 고집하지 않고 융통성 있게 역할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 역시 배려의 차원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사노동의 문제를 한 번에 결정짓고 해결해내기는 힘들다. 함께 부딪치는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즉 파트너로부터의 독립을 유지하는 것도 처음부터 쉽게 얻어내기 어렵지만, 파트너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 역시 처음부터 생겨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관계가 유지, 발전되는 과정에서 가능해진다. 따라서 시작이 그랬듯이 성실하고 솔직한 태도로 지속적인 태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신뢰를 쌓고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함께 하는 시간은 꼭 마련되어야 하는데, 둘만의 행사, 이벤트, 취미활동 등을 통해서 함께 하는 시간을 수시로 마련해 문제해결의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처럼 혼자만의 삶의 자유로움을 포기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책임지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또 해결해야 할 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로 힘들어 하면서도 둘의 동거를 택한 이유는 그것이 자신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다 주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동거를 통해 관계를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장애물들을 함께 하나 하나씩 극복해 나가면서 상호신뢰가 쌓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를 통해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전된 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트너십’ 법제화가 꼭 필요


사실 이렇게 행복한 동거의 비결은 레즈비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행복한 동거가 힘든 레즈비언만의 이유가 있다. 관계가 보다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그 관계가 밖으로 열려 있어야 하는데, 이성커플과 달리 레즈비언 커플은 대체로 폐쇄적이다. 동성애혐오증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그 호모포비아가 두려워 커밍아웃도 힘든 레즈비언이 동성커플이라는 사실을 쉽게 내보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레즈비언 커플은 법적으로 인정 받고 있지 못하기에 사회, 경제, 문화적 안전망이 없을 수밖에 없다. 즉 세금 혜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속, 입양 문제에 있어서도 배제되고 있는 형편이다. 질병에 걸린 파트너를 위한 보호자가 될 수도 없고, 간병휴가도 낼 수 없으며, 파트너 사망 시 장례를 주관할 수도 없다. 따라서 레즈비언 커플의 안정적인 동거를 위해서는 파트너십의 법제화가 간절히 필요하다. 그 법제화의 필요성이 간절한 만큼 그것의 현실화을 위해 레즈비언 커플 역시 주변인들에게 점차적으로 자신들을 열어 보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계에 강박되거나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덧붙인다. 누구나 파트너 선택에 실패할 수 있으며 너무 사랑했다고 하더라도 관계를 성숙시키는 과정에서 서로의 성숙의 정도가 달라져서 헤어지는 것이 더 나을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복한 동거는 대등하고 독립적인 두 사람이 서로 돕는 관계를 통해서 가능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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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구선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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