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브로크백 마운틴’등 동성애 영화가 극장가 장악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03-02 16:35]
최근 ‘왕의 남자’ ‘메종 드 히미코’ ‘타임 투 리브’ ‘브로크백 마운틴’ 등의 영화들이 우리 사회 금기 영역에 속했던 동성애를 지극히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주류 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 이제까지 한국 극장가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퀴어 영화들과 다른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적이 다른 네 작품 모두 왕과 광대, 두 카우보이, 아버지의 동성애인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동성애 소재와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사의 아픔과 사랑, 이해라는 주제를 적절히 융화시키며 완성도 높은 작품성으로 대중과의 간극을 확연히 좁혀갔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편의 퀴어영화가 개봉되어 함께 주목받으면서, 이들 영화와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극장가와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퀴어 웨이브’를 긴급 진단하기 위해 1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5층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강의실에서 한국동성애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긴급진단-극장가를 장악한 퀴어 웨이브’라는 주제로 특별 공개좌담회를 개최했다. .
이민철씨('친구사이' 회원)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공개좌담회는 이종헌(친구사이 대표), 유재홍(시각문화활동가),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타 대표), 박진형(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박기호 (퀴어문화축제 기획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 동성애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입장과 시선, 동성애 영화의 변화, 동성애의 영화적ㆍ사회적 수용양상 등에 대한 토론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다.
박진형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최근 동성애 관련 영화 네 편 모두 관객이 흡인할 수 있는 고전적인 흥행코드를 바탕으로 동성애 코드를 녹였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는 수용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천만 관객 신화를 일궈낸 '왕의 남자'의 경우 역사적으로 정치적 풍자나 성(性)과 밀접한 관련이 있던 조선 연산조를 배경으로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통해 동성애를 직선적으로 들어내지 않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소재들이 접목되었던 것에 성공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게이들의 노년문제를 다룬 '메종 드 히미코'나, '타임 투 리브'의 죽음, 서부극 타입의 멜로극 '브로크백 마운틴' 역시 인간사의 지극히 보편적인 주제들을 기반으로 동성애가 삽입되었다는 점에서 ‘왕의 남자’의 성공요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동성애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 바탕이나 관람형태 변화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토론자중 유일한 레즈비언인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 문화인권센터 대표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외하면 카메라 피사체 대상 중 하나로 거리를 두고 동성애를 관조하는 영화들이란 느낌을 받았지만 상업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테크닉이 진보되며 영화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대중과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힘이라고 지적하며 ‘왕의 남자’ 이준기의 열풍이나 동성애 영화 러시 현상 모두 동성애자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 여성들처럼 많은 레즈비언들이 ‘왕의 남자’에 열광한 이유로 각 캐릭터가 처한 상황들로 인해 개인적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던 비극성에 공감한 탓이라 생각되지만 동성애자들 역시 커다란 스크린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본다는 측면에선 이성애자들처럼 동성애 영화를 보는 것이 편치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이 날 공개좌담회에서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영화 구성요소의 일부로 사용된 동성애 코드만으로 ‘왕의 남자’를 동성애 영화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기호 퀴어문화축제 기획위원은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는 '왕의 남자'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천호진이 등장한 동성애 에피소드를 더 현실적이라 생각한다며 사극이란 이유를 포함 동성애자들에게 '왕의 남자'의 영화 속 동성애는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동성애란 소재가 아직까진 낯설고 신선하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로 충분할 순 있어도 이것이 향후 동성애 영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거란 관점에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승우 문화연대 부설 문화사회연구소 활동가는 동성애 영화는 동성애자만 본다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는데 40억짜리 영화에 기본적으로 150만은 들어야 망하지 않는다고 보면 자본의 논리에 편승하는 상업영화의 특성상 본격적인 동성애 영화가 국내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좌담회에서 상반된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며 가장 많은 논란의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이준기 후광효과로 요약되는 속칭 야오이 문화의 동성애적 기여도에 관한 내용이다.
박진형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10대 소녀들의 하위문화인 야오이 문화나 이준기 열풍에 따른 예쁜 남자 신드롬은 남성의 육체 구조를 왜곡시키는 동성애자 매도의 차원이라고 본다며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는 현실의 동성애자들과 차이가 큰 이준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준기로 인해 동성애자가 '예쁜 남자'로 이미지화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 문화인권센터 대표는 야오이 문화를 동성애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부추기는 10대 소녀들의 하위문화로 단언한 것은 그 내부에 깔린 여성들의 심리나 욕망이 간과된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야오이 만화를 즐기는 문화 저변을 살펴보면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단이 부족한 여성들의 표현 내지 충족 수단임을 알 수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남녀차별이나 문화권력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은영 (helloey@dailyseop.com)기자
소리 계속 들리더군요...
역시나 게이영화는 더럽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