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육우당 3주기 추모행사(추모집,추모의밤)를 위한 기획회의
들어가며...
3년 전 우리는 한 친구와 함께했습니다. 술, 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묵주를 친구로 삼으며 프로시인(시조시인)이 되어 시집을 내고 싶다던 친구였습니다. 故 육우당. 그는 짧지만 깊은 인상을 우리에게 심어주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 보호법 상 동성애자 차별조항 삭제 권고를 환영하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국민일보의 반동성애 성명, 보도기사를 보고 분노하고 일간지에 반박 글을 투고하던 친구였습니다. 전쟁반대의 물결 속에서 자신이 직접 시조를 쓴 그 친구는 우리와 함께 당당히 무지개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던 친구였습니다.
故 육우당이 우리와 이별한지 3년이 되어갑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성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인류적인지 내 한목숨 죽어 말하리라’고 했던 그는 우리에게 많은 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그의 짐을 우리의 몫으로 여기며 행동으로 보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떠난 그해 여름, 동성애자들은 노동절 집회에서 더 이상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대학로에서 청소년 보호법상 동성애자 차별조항의 삭제를 외치며 거리에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변태 맞지 않느냐란 무심한 소리에 눈물을 감추고, 아웃팅이 두려웠지만, 3일 동안 2,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과 900여명의 탄원서를 모았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가득한 명동거리에서 온갖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집회도 열었습니다. 그 다음 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엑스존의 대법원 상고를 후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후원의 밤도 개최했습니다.
동성애자 차별조항이 삭제되길 바라던 그의 염원은 우리의 행동으로 5년간의 싸움을 마치고 차별조항 삭제로 이어졌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반이란 단어는 금칙어의 굴레에서 벗어났습니다. 2005년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비롯한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원년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습니다. 특히, 많은 단체들의 연대속에서 2005년 MBC 뉴스투데이 ‘현장 속으로’ 청소년 이반관련 왜곡보도 공동 대응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5년 “청소년 성소수자 권리 찾기”를 중요 활동으로 삼고 청소년 성소수자 간담회, 토론회, 책자발간, 캠페인, 예비교사 강연, 모두를 위한 교육 홈페이지 개통 등의 주목할 만한 행동을 펼쳤습니다.
이제 잠시 뒤를 돌아보려 합니다. 그와 함께 걸었던 길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그의 글을 꺼내보고 그의 외침을 듣고자 합니다. 그를 기억하며 그에게 건네 보았던 글들을 모아보려 합니다. 그가 남긴 글을 책으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프로시인이 되고 싶던 그에게 책을 선물해 보려 합니다. 비록, 멋진 표지에 근사한 종이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숨결을 담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2년간 조촐하게 사무실에서 치러졌던 추모의 밤을 넓은 장으로 옮겨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걸었던 모습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행사를 위해 2월 11일 어머님을 뵈었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에는 육우당의 방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사진, 그가 남긴 물건들... 이야기를 나누는 속에서도 어머님은 육우당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하지만, 추모행사를 허락하셨고, 아버님은 육우당이 남긴 글을 정리해서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이 추모행사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육우당으로 인한 짐을 덜어내는 것이 아닌, 우리는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기 위함입니다. 이 행사는 故 육우당을 기억하는 분들의 참여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이 추모 행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故 육우당 3주기 추모행사를 위한 기획 회의
▷ 3월 1일 오후 4시 동인련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