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정신질환자 간주땐 강제 전역
[경향신문 2006-02-15 18:21]
군에 복무중인 동성애자의 ‘커밍 아웃’에 대해 군 당국은 현실과 원칙 사이에 끼어 고민중이다.
원칙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자는 국방부령 ‘장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590호’에 따라 평가기준 101번 ‘성 주체성 장애’에 해당돼 심신장애로 인한 병역처분 변경이 가능하다. 즉 동성애가 심신장애로 간주돼 동성애자 사병의 요구대로 전역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군형법 제92조에 따르면 동성간 성행위를 하다 적발된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고 장교 및 부사관의 경우 군인사법 시행규제 제52조에 의해 ‘변태적 성욕자’로 간주돼 현역부적합 판정을 받고 강제 전역된다.
이는 군 당국이 성행위 자체를 군기문란 행위로 간주해 ‘성 군기’란 공식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6일 국가인권종합기본계획(NAP) 권고안을 내고 이같은 군형법 및 인사법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며 시행규칙의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허용 등 국가인권위의 다른 권고안과 함께 법무부 등 유관부처와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군 당국은 국가인권위의 권고 이전부터 동성애를 병역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현재 국방부령에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전역한 사례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병역 면탈 방지를 위해 동성애 병사의 경우 관련 증거를 제시하거나 성 정체성으로 인한 사고 사례에 한해 정신질환자로 간주해 전역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즉 정신질환자로 간주한 후 병역의무 부적격 처리를 하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역을 원하는 동성애 병사는 통상적으로 부대 의무실에서 1개월 이상 격리수용돼 정신병력 관찰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인권단체들이 동성애를 심신장애로 간주하고 있는 국방부령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모병제를 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군입대자에게 성적 선호도를 묻지 말 것이며 그 대신 입대 후에 자신의 성적 입장을 발설하거나 행동하면 퇴역당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즉 군이 동성애 사실을 공개한 남녀에 대해 군 복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정책을 쓰고 있다.
〈박성진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