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사병 “性폭력 당했다”
[경향신문 2006-02-15 18:21]
군에 입대한 남성 동성애자가 소속 부대장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상담했으나 그 내용이 오히려 동료 사병 등에게 유출돼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주변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제대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남성과의 성관계 사진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는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5일 서울 종로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자 ㄱ씨에 대한 군대 내 인권침해 사례를 폭로하고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황장권 사무국장은 “지난해 6월 모 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ㄱ씨가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상담을 요청했으나, 비밀이 지켜지지 않아 해당 사병이 한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ㄱ씨는 자대에 배치된 뒤 입원했으나, 해당 중대장은 다른 동성애자와 성관계를 갖는 사진을 갖고 오라고 요구했고, 이를 제출하자 그 사진마저 다른 병사들에게 유출됐다.
또 ㄱ씨의 아버지가 “아들이 동성애자이니 잘 부탁드린다”고 편지를 보냈으나 이마저 유출됐다고 인권단체는 지적했다.
연석회의는 “성적 소수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14일부터 해당 군부대를 방문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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