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The Way We Were, 시드니 폴락, 1973)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로버트 레드포드
미국의 6, 70년대 영화는 정말이지....
옛날 영화를 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란 참으로 묘해요. 내가 과연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를 잠시 잊을 수 있기도 하고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The Way We Were', 중학교 때 참 무지 많이 들었던 곡인데, 이 곡이 메인 테마곡으로 사용된 영화와 간만에 함께 듣고 있자니...
73년이란 시대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 이런 재치를 가능하게 만든 정치적 시대였을 거예요. '추억'은 공산 청년 연맹의 열혈 액티비스트인 여성과 보수적인 남성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예요. 스페인 내전, 2차 세계 대전, 매카시즘을 경유하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굶히지 않는 당찬 여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보수적이긴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죠.
하지만 이들은 정치적 의견 때문에 늘 다툴 수밖에 없어요. 아기를 낳았음에도 결국 헤어지죠. 맨 마지막 장면은 힘이 있어요. 서로를 사랑하지만 결코 결합될 수 없는 이들의 화학적 운명 때문에 서로를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 영화가 산 듯하네요.
아무리 정치적 시대를 배경으로 깔고 있어도 헐리우드는 헐리우드. 배경으로만 자리 잡고 있을 뿐, 바브라의 정치적 공간을 좀체로 할애하지 않고 로맨스로만 상황을 몰입해가는 흠이 있군요.
시드니 폴락의 걸작은 뭐니뭐니해도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헐리우드 시나리오 사상 '차이나타운'과 함께 높은 완성도로 회자되는 '콘돌'이겠죠. 최근에 나온 '인터프리터'는 우울증 때문에 보다가 만. 다시 봐야겠어요.
연인끼리 정치적 의견이 다르면 참 힘들죠. 종교 문제도 마찬가지. 개인적으론 기독교에 헌신도 높은 사람과는 만나지 않을 생각이에요. 백치스러운 건 참아낼 수 있지만, 한 주먹의 알량한 삶의 태도를 쥐고 전부를 쥔 것처럼 구는 아주 대단히 멍청한 사람들은 도저히 당해내질 못하겠어요.
The Way We Were | Barbra Streis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