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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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5-06-10 16: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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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리버비츠Annie Leibovitz (1949~    )

하드 밥 재즈 연주가로 잘 알려진 헨리 텍시어의 앨범 중에 '침묵은 깨끗하다'라는 게 있다. 하지만 그 정돈된 깨끗함, 이후에 스멀거리며 부옇게 피워오르는 몽상들, 과연 어찌하겠는가?

애니 리버비츠는 사진 찍기 직전의 침묵, 그 대화가 단절된 수줍음 속에서 어떤 착상, 어떤 기억, 어떤 몽상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앵글은 풀 샷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 수줍기 때문이다.








존 레넌과 오노 요꼬

당시 롤링 스톤지의 사진 편집장으로 있던 애니 리버비츠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일약 사진계의 총아로 가뿐히 올라설 수 있었다. 존 레넌의 불운이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다.

1980년 존 레넌은 부인과 함께 이 사진을 찍은 후 몇 시간만에 저격당했다. 그는 사망했고, 이 마지막 누드 사진은 그렇게 롤링 스톤지 표지로 떠올라 세상 사람들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어졌다.

어쩌면 나중에 그녀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휘트니 미술관 비엔날레전에서 전시회를 여는 영광을 누렸던 데는 존 레넌의 불운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데미 무어, Vanity Fair, 1991

우리가 아직도 일상의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신뢰하고 있다면, 쉬끌로프스키의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면, 현대의 대중적 신화를 구성하는 '스타'를 낯설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낯설게 하기, 스타에 대한 경배의 열정이 점점 누수되는 것.

애니 리버비츠는 대중 잡지에서 오랜 기간 작업하면서 다방면의 스타들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사진은 낯설고 때론 충격적이다. 한국의 사진 작가라는 '작자'들이 스타들에 대한 '팬픽' 수준의 조잡한 패티쉬에 머물고 있는 건, 그들이 스타들의 '흠집'을 외려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1991년 Vanity Fair지에 실린 데미 무어의 임신 사진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엠마 톰슨

애니 리버비츠와 작업한 수많은 스타들. 브루스 스프링스턴, 우피 골드버그, 그렉 루가니스, 칼 루이스, 엠마 톰슨.........

한결같이 그들은 애니 리버비츠의 카메라 앞에서, 기존 스타의 이미지의 꺼풀이 벗겨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으로 돌출된다. 단순히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다, 라는 명제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스타의 신화에 젖어 있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그들 피사체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진은 우리가 투영한 욕망을 단번에 뒤틀어, 욕망 자체를 문제삼는다.








그렉 루가니스(다이빙 선수, 1988 올림픽, 커밍아웃과 함께 요절)

아마도 현존하고 있는 그렉 루가니스의 사진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뽑힐 이 사진은, 그녀가 사진을 찍기 전 다이빙의 '전체'를 미리 조망하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그건 다이빙하는 속도의 리듬과 물 속에 낙하하는 순간의 결절을 끊김 없이 이어붙여 단 한 컷으로 포착할 줄 아는 그녀의 능력이다. 위 사진은 물 밖과 물 안을 동시에 표현한다.

그녀는 어렸을 적에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나중에 애니 리버비츠는, 기차 여행의 창문을 통해 프레임에 대한 감각을 키웠노라 회상한다.








제리 홀, '여성들 Women' (제리 홀은 미국의 유명한 모델이다)

그녀는 모델인가? 어머니인가?

모델인 그녀에게 투사한 우리의 욕망, 바라봄의 건더기들....... 봉제선 바깥으로 비져나온 보푸라기처럼 스타에 대한 우리의 전이된 감정은 일순간, 뒤틀려지고 뻔뻔히 모욕된다.

성모 마리아를 흉내내는 모델의 존재는 불길한 모욕이다.








짐 캐리

믿지 못하겠다고?
그럼 허연 원숭이로 분장한 짐 캐리는 짐 캐리인가? 우스꽝스러운가?








수잔 손탁Susan Sontag

1999년 8월, 그녀는 그녀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수잔 손탁과 함께 책을 출판한 것이다. 미국 문화이론의 거두이자 사진 이론에 있어 롤랑 바르트와 어깨를 겨누는 수잔 손탁과의 공동 작업, 'Women'.

텍스트는 수잔 손탁이 쓰고, 사진은 애니 리버비츠가 찍었다. 애니 리버비츠에게 손탁은 스승과 같은 존재였다고 말해진다.








Gwyneth Paltrow and Blythe Danner


여성들에 관한 사진의 집대성이라 불러도 무방한 'Women'에서 애니 리버비츠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남성의 시선은 뚫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피사체인 여성과 사진가인 여성이 주고받는, 이상하리만치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교감, 연민과 분노가 녹녹히 묻어 있는 그들의 상호 응시는 세상을 다시 보게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낯설게끔' 유인하는 힘을 내장하고 있다.








Victim of domestic violence

그녀의 '여성들'은, 수잔 손탁이 그토록 경멸해마지 않는 '은유'의 꺼풀을 벗겨낸 실제의 모습에 좀 더 가깝지만, 사진과 독자의 관계에 의해 또다른 해석의 가능성, 잊혀지고 부재로 낙인된 여성들의 의미론적 가치를 발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해석에 반대한다'는 수잔 손탁의 주장은 그 진정성에만 동의할 수밖에 없다.  

애니 리버비츠, '여성들' 이후 이제 그녀는 데이비스 린처럼 프레임을 넓히는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는 고요한 풍경으로.



2003년 어느 날





'여성들'에 실린 사진 21컷과 짧은 텍스트를 보시려면
http://www.nytimes.com/library/photos/leibovitz/contact-sheet.html

'여성들'에 대한 짧은 서평
http://www.cosmopolis.ch/english/cosmo15/leibovitz.htm

애니 리버비츠 사진에 대한 개괄
http://www.ocaiw.com/catalog/index.php?catalog=foto&author=131&page=1

애니 리버비츠 인터뷰
http://fototapeta.art.pl/fti-ale.html



Graham Nash | Simple Man

모던보이 2005-06-10 오후 17:11

밤을 세워, 이십 줄 안팎의 한 씬밖에는... ㅠㅠ
비 온다, 조금 외롭다, 주체할 수 없는 이 넘의 잉끼를 그냥 놔두는 걸 보니 이 세상 꽃돌이들은 모두 그 분의 골고다 언덕에서 한꺼번에 모조리 휴거 당한 게 분명. 알고 보면, 저도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사진 찍어 드릴께요, 저희 집에 놀러오세요. ㅠㅠ

차돌바우 2005-06-10 오후 17:50

놀러갈까~~? (x1)

모던보이매니저 2005-06-10 오후 18:59

무더미~ 2005-06-10 오후 19:24

개인적으로 모던보이님의 환상적이면서 톡톡 튀는 글 솜씨로 그 꽃보이님들을
다 포섭하시기를 바랍니당 ^^

황무지 2005-06-10 오후 21:18

헉~~ 차돌도 아니면서 클릭하고 후회 하는 중...... ㅠㅠ

차돌바우 2005-06-11 오전 00:28

문제는 입이자노~
글발로 다 꼬셔놓으면 머해~
입만 열면 다 도망가는데~~(x7)

모던보이 2005-06-11 오전 00:40

차돌만 보세요

천박한 것들 앞에서만 그럴 뿐, 이쁜 꽃돌이들 앞에선 원래 대로 돌아감.

무던소년 2005-06-11 오전 05:05

짐 캐리 사진에 젤 맘에 드네.. ^^

어글리 2005-06-11 오전 09:57

최근 사진을 배우고있는 저에게는 정말 다다르지 못할 "내공"이 느껴지네요... -_-a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