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절친한 여자친구 중의 하나는 남성(x)이라고 불린다.
성을 뺀 이름만 보면 전형적인 여자이름이지만,
姓과 이름을 같이 발음하면 모호한 이름이 되는 셈이다.
최근에 나의 친구 중의 하나가
내 싸이홈피를 본 후에 나에게 덜컥 묻는다.
“너 남성 좋아하지?”
세상에 이게 웬걸, 그에게는 아직 커밍아웃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나 하는 통에,
다시 나의 허를 차는 녀석의 말투.
“그 남성(x)씨 너와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 오래된 커플 같아.”
세상에, 그럼 그렇지!
그렇게 다짜고짜 캐물을 친구가 아니지.
2
내가 오래도록 알고 지내는 게이 친구는
내가 숱하게 충고를 넘어선 강요까지 퍼부어도
게이라는 사실 하나를 숨기기 위해 피해를 당하고 있다.
녀석이 한때 동거했던 남자는
내 친구가 관계를 끊으려 하자,
이후에 동성애자라는 미끼 하나로
녀석에 대해 협박, 스토킹, 개인정보 유출,
미행, 이간질 등을 서슴지 않았다.
처음엔 나도 노파심으로 걱정하는 녀석의
습관적인 불안함으로 미루어 짐작했지만,
차츰 그 전 애인의 행동을 보면서
섬뜩한 공포까지 치솟았다.
어떻게 자신도 게이이면서 게이라는 점 하나로
상대방을 몇 달째 괴롭힐 수 있나 싶었다.
내 친구의 전 애인은 협박에서 그치지 않고
그 모든 것들을 실제로 행하는
실행력과 대범함, 공격성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일이 일파만파로 퍼질 것 같은
두려움에 내 친구는 고스란히 참았고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녀석은 여전히 대응을 할 의사가 추호도 없다.
녀석이 사귀던 전 애인은 자기도 게이이면서
게이 전체를 혐오하여서 아무런 게이 친구도
게이 운동이나 프라이드에 대해 관심이 전무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동성애적인 관계는 원한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녀석은 말한다.
이성애자였다면 절대로 참지 않았을 행동에 무력하게
당하는 자신이 한없이 바보 같고 처량해 보인다는.
녀석이 번번이 당할 때마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끼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친구일 것이다.
자기에 대해 당당하게 열라는 충고보다는
친구가 그런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는 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상의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근본배경일 것 같다.
음... 속상한 일입니다. 미국에는 이런 동성 커플간 도메스틱 폭력에 관한 상담과 해결 방안을 다루는 단체나 프로그램 등이 있더군요. 하지만 이런 서비스 프로그램보다 hoehoe 님 말씀처럼 '그런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사회'에 대한 비젼이 근본적으로 성찰되어야 하겠죠.
처음 뵌 듯한데 자주, 글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