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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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2004-11-26 20: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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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운동 경기, 특히 구기 종목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직접 경기장을 찾는 일은 힘들었고 TV에서 가뭄에 콩 나듯 중계해주는 걸 기다렸다가 챙겨보곤 했었다. 그것도 양에 차지 않으면 라디오를 끼고 앉아 중계를 들어가며 머릿속으로 상상해가며 그렇게 경기를 즐겼다.

야구 중계는 물론이고 남들은 별 관심 없어 하는 여자 농구와 탁구 중계에도 열을 올렸다.
어쩌다가 실제 경기장에라도 가는 날엔 맘 속으로만 응원하던 선수들을 직접 보고 경기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 밤 잠을 설치기도 부지기수.

요즘은 어렵지 않게 TV에서 각종 중계를 볼 수 있다. 각 스포츠 채널이 우후죽순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라디오로 경기를 즐겼던 그 때보다 재밌지가 않다. 아니 잘 보지 않게 되었다. 아예 요즘 한창인 프로농구는 응원하는 팀조차 없다는 걸 알아채게 되었다.

얼마전 수영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님’이 촉촉하고 그윽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넌 꿈이 뭐야?”

웬 꿈?, 그런 거 생각해 본지 오래라고 대답해 버렸지만 잠시 마음은 싸하게 내려앉았다.

p.s. 첫 눈 기다리는 사람들 많던데 날씨가 이 기세라면 잘하면 첫 눈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노래 : 잊혀지는 것(sweetpea)

라이카 2004-11-26 오후 20:46

위 노래 가사예요.

잊혀지는 것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황금빛 물결 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 항해했었지

눈부신 햇살아래 이름모를 풀잎들처럼
서로의 투명하던 눈길 속에 만족하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없이 깨어져
서로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멀어져갔지

우~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우~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사랑의 아픔도 시간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 가지

사랑이라 말하며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고
길 잃은 아이처럼 울먹이며 돌아서던 우리
차가운 눈길속에 홀로서는 것을 배우며
마지막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갔었지

숨가쁜 생활속에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무감한 발걸음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빛바랜 사진만 남아
이제는 소식마저 알 수 없는 타인이 됐지

말리부 2004-11-27 오전 00:35

동물원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노랜데. 리메이크 버전도 있었군. 저 기타 소리만 나와도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는.

대표님은 저랑 취향이 정말 비슷해요. 남자 취향만 빼고요. ^^
저도 올림픽 키드였거든요.

스포츠에 대한 열광이 식을 수록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걸 실감해요.
스포츠 채널에서 농구를 하는데도 다른 채널을 돌리는 내 모습이 씁쓸하기도 해요.
나와 연배가 비슷한 나의 선수들이 은퇴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추억도 없다는 건 좀 그래요.
빛바랜 사진이라도 좀 찍어 둘 것을. 참 미련하기도 했지요.

그래도 아직은 오리온스 홧팅! 공동선두라네~

라이카 2004-11-27 오전 03:21

예, 저 노래는 동물원 1집에서 김창기 씨가 처음 불렀고 나중에 김광석 씨가 그리고 최근에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 씨 솔로프로젝트인 sweetpea 앨범에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저도 사실은 김창기 씨가 약간 어눌하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부른 '잊혀지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기즈베 2004-11-27 오전 04:01

동물원 이야기 나와서 90년과 91년 사이 겨울이 생각나 그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랬슴다.
'예음'이었나? (지금은 추억 처럼 남은 음반사 같은데) 3집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음반 테이프를 겨울 방학 내내 늘어지게 들었죠. 집에가면 어딘가에 있을텐데
홈페이지에 가보니 악보가 있더군요.
좋은 곡들을 추려 코러스 모임때 불러봅시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류는 신파조처럼 들리네요..ㅋㅋ
대표님의 낭랑한 기타 솜씨도 함께했으면 더욱 좋겠죠..^^

스탠바이미 2004-11-27 오전 10:00

그래요. 잊혀져 가는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소풍가기 전날 김밥을 싸시는 어머니의 손을 보며 꼴깍 넘어가던 군침. 밤을 꼬박 새며 기다리던 설날아침. 학원 안간다고 울고 뻐팅기면서까지 보고 싶었던 만화영화. 살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좋은느낌들이죠.
절제하고 포기하면서 점점 엑기스만 남는것 같아요. 그래도 바이탈에너지는 점점 줄어들죠.^^
난 운동, 특히 구기는 안좋아해서 동네애들이 축구하면 안보려고 멀리 돌아가곤 했는데...
지금도 직장에서 운동시합이라도 할 참이면 치어리더팀에 자원하는 편이죠.^^

말리부 2004-11-27 오후 22:21

저도 김창기 좋아요. 김광석 싫어요. 느끼해요.
전 노래 못하는 가수가 좋아요. 김민기 보컬이 최고예요. 누가 뭐래도,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내 청춘의 비가예요. 여전히 좋아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