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기즈베 2004-11-25 09:34:59
+4 1019




나는 나쁜 년이 되고 싶다.
언제나 순진한, 착한 이란 말을 꼬리표 처럼 달고 살아서 더욱 그렇다.
나쁜 년들은 내게 우상처럼 느껴졌다.
아니 우상이기 이전에 그들은 우선 내게 친구였다
그들은 자기 주위에 적을 많이 두었던 친구들이다.
대신 나같은 착한 아이와 사귀면서 자신들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려는듯
그들은 내게 더욱 잘 대해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 속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얼마전 나는 친한 친구에게 고백한적 있다.
더 이상 친구 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사상이나 생활 습관, 취미 등 나에게 맞지 않은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 추억을 같이 보낸 친구라는 이유로 그를 내 울타리안에 가두기는
너무나도 싫었다.
그래서 고백했다.
너 이제 싫다고.

며칠 전 브라이언 드 팔마의 'Femme fatale'을 봤다.
생각고 보니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게 Bitch다.
단지 그게 현실로 눈에 보이니깐 나쁜 년이지 Bitch 아닌 사람이 없다.
내 잇속 채우고, 주체적으로 산다고 해서 나쁜 년인가?
오프닝 장면, 그리고 결말 모두 좋았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정말 Bitch인가?

작년이었나?
수업 중 레포트를 쓰면서 영화속 팜므파탈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나는 '봄날은 간다'에 '은수'(이영애 분)를 팜므파탈로 지목했었다.
사랑 경험이 별로 없던 난 무작정 그가 나쁜 년으로 보였다.
라면으로 꼬시고, 결국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 쉽게 떠나보내는
그래서 나는 그를 나쁜 년이라 칭했다.
그렇다.
자기 자신에게 비겁한 사람이 나쁜 년이다.
'Femme fatale'의 '로라'(엑스멘에서도 그를 볼 수 있어요..^^)는 나쁜 년이 아니다.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나 드 팔마 감독 역시 그런 그를 나쁜 년이라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쁜 년이 좋고, 나쁜 년이 되고 싶다.
아마도 나는 나쁜 년 컴플렉스인가보다.
내 식성을 아는 사람들은 알 거다.
내 식성을 바꾸기보단 그 나쁜 년의 습성을 고치는게 목표다.
나쁜 년들은 하염없이 외친다.
world peace~~~~~..^^



사카모토 류이치/ 'Borelish'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오프닝 장면이 40분 정도다. 그 장면 내내 흐르는 볼레로.
역시나 '브라이언 드 팔마' 다.)


옴므 파탈 2004-11-25 오후 17:41

안냐세요. 전 옴므 파탈이에요. 팜므 파탈이 되려고 애쓰는 이라이자 양, 머리만 둘둘 만다고 다 팜므 파탈이 되는 건 아니랍니다. 가열찬 마사지 투쟁과 몸에 절절이 배일 때까지 차밍을 쌓아보도록 노력해보아요.

싱아 언냐 말이 맞재? 안 그냐?
호홍,~

라이카 2004-11-25 오후 20:07

어머, 식성이 어떻게 안 변하니?^^

2004-11-25 오후 21:42

1.저 역시 기즈배님의 나쁜년예찬(?)에 공감..
학창시절 전 반에서 쫌 논다는 애들이 늘 맨뒷자리를 차지하면 꼭 그옆에 한둘은 있던 착한아이중
하나였습니다.(그들은 꼭 수학여행갈때도 늘 버스뒷자리를 차지하여 앉곤 했었지요.)
전 그 아이들과 디게 친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단지 그 아이들의 앞에 앉았던 그저 엄마아빠말 잘듣는 공부열심히 하는
대다수아이들이 싫었던것뿐이었죠.심심하고 썰렁하고 재미없는 아이들이었으니까요.
그에 비해 뒷자리 아웃사이더들은 재밌고 사람사는거같았습니다.
만만한(?)선생님수업시간에 도시락 까먹는 짜릿한추억,자기들이 어제 몇반 어떤 기지배와 잤다는
허풍과 욕이 반은 넘게 차지하는 귀여운 수다까지..그리고 알고보면 반항기어린 애들은
정에 굶주린 맘이여린 아이들이라는..훨씬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고 남들보다 일찍 세상을 눈떠가는
그런 그들에게 더 끌렸습니다.지금은 근데 그런사람이 주위에 없어서 좋아질런지는 모르겠네요.ㅋ
지금보면 매너없다고 잔뜩 욕만 할것같습니다.

2.'봄날의 간다'는 군 제대후 혼자 극장을 찾아가 본 영화입니다.
ost를 들으며 한창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던 그때,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이 참 쓸쓸했던기억이
나네요.그때는 이영애가 이해가 안되었는데 이젠 유지태가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역시 사람은 변하기 마련..

3.브라이언 드 팔마에게 빠진건 캐리를 보고나서입니다.
저 고등학교 시절,한창 시네필과 키노가 저의 화두였던 그 시절에 비디오가게를 전전하며
제가 교과서로 삼았던 박찬욱저"비디오보기의 은밀한유혹'(제목이 만나모르겠네요.)
그 책에 나온 영화는 다봐야겠단 심정으로 영화를 보던 그때 드레스투킬과 함께 캐리를 보았지요.
공포물을 친구와 함께보며 삶의 따분함을 날리던 고딩시절,텍사스살인마와 캐리는 저와 제친구처럼 남에게 싫은소리잘못하고 몇년씩같은반에 있는 여고괴담의 그 소녀처럼 특출나게 잘하는게 없는 있으나마나한 학생인 우리에게 어떤 쾌감을 불러 일으켜주었습니다.
나중에 본 칼리토 역시 저에게 신선한자극을 주었지요.'팜므파탈'도 꼬옥 보고싶네요.

p.s 스트리트파이터나 여타 게임을 할때 늘 여자캐릭터를 골라서 하던 저는 나중에 이반들이 유독
여자캐릭터를 선호한다는걸 알았습니다.늘 춘리로만 해서 친구들은 넌 왜 맨날 지면서 춘리로만
하냐고 한소리했었지요.ㅋ 이것도 무슨 팜므파탈의 일종인가요?

황무지 2004-11-27 오후 21:13

어.? 내 일반 친구 넘도 스트리트파이터할때 꼭!! 춘리(<-발음해보니 참, 촌스런 케릭터이름이넹~?ㅎㅎ) 로만 게임을 했었는데..... 근데.. 춘리로 엔딩을 보는 걸 봤는 데.. 기술 많고 강한 캐릭터 였던 것 같던데...........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