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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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2004-05-06 22: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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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저주가 곧 개봉한다고 합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시체들의 새벽'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조지 로메로는 현대 호러 영화, 특히 좀비 영화의 시조쯤 될 겁니다. 시체 3부작은 위대한 작품일 겁니다. 거의 모든 전세계 호러 매니아들의 절대적 고전으로 군림한 지 거의 30여 년이 흘렀고, 참 많은 호러 영화들이 이 작품들을 베끼고 패러디하고 하고 그랬지요. 저 역시 열혈 팬입니다.

아래 기사를 보니, 좀비들과 동성애 공포증과 연결지어놨더군요. 하지만 조지 로메오의 시체 3부작은 당대의 어떤 영화들보다 가장 급진적인 정치색을 드러낸 작품들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라는 책으로 한국에 소개된 로빈 우드는 자신의 동성 애인에게 바친다는 멋진 서문이 달린 이 책에서 아주 드라마틱하게 조지 로메로의 3부작이 바로 '양성애'적인 시선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특히 좀비들로부터 살아남은 여자, 흑인 남자가 햇빛 속으로 걸어가는 3부작 '시체들의 새벽' 마지막 엔딩 씬이야말로 그 주장을 요약하는 이미지라더군요. 전 그 주장에 일부분 동의합니다.

아주 읽을거리가 많은 영화지요. 리메이크판 치고 요란하게 제작되었고 개봉된 영화이니만큼 관심이 남다릅니다. 나중에 영화 관람하고서, 보고서 올리지요. ^^



`새벽의 저주` 국내 개봉 공포·전율…시체들이 몰려온다

[헤럴드경제 2004-05-06 11:41]

타락한 인간욕망에 대한 징벌 `오싹` `패션…` 추월 美박스오피스 1위등극
`살아 있는 시체` 가 한국을 찾는다.

공포 영화의 고전인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 을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 가 한국에 상륙한다. 미국에선 위력이 컸다. 3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에서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를 2위로 끌어내렸다.

잔혹하게 학대받는 예수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묘사해 인간의 원죄의식을 극단적으로 불러일으킨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가 기독교 근본주의 속에서 미국의 정신을 재발견하는 작품이라면, `새벽의 저주` 는 좀비라는 비유를 통해 욕망과 공포로 뒤틀린 현대사회를 고발하는 호러 영화다. 사고로 죽은 옆집 소녀가 다시 살아나서 막 섹스를 끝내고 평화롭게 누워 있는 한 부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새벽의 저주` 가 좀비들과 인간 사이의 살육전을 통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염병에 대한 공포 영화는 왜 그런지 이유를 알려 주지 않은 채 대문을 열고 나가면 `살아 있는 시체` 인 좀비가 온 천지에 가득한 모습을 보여 준다. 좀비는 원래 부두교나 민간신앙에서 유래한 말로, 주술로 되살려 낸 시체를 가리키며 의식이나 의지가 없는 존재다. 좀비에게 물린 자는 좀비가 된다. 한 번 좀비가 생기면 급속도로 전염이 돼 세상은 좀비들로 가득 찬다. 좀비들에게 쫓겨다니는 건강한 자들은 전염병으로 겁에 질린 인류의 모습, 그 자체다. 에이즈 조류독감 사스(SARS) 등 인간이 아직 그 원인이나 치유책을 발견하지 못한 전염병에 대한 극한의 공포는 `좀비` 에 대한 두려움과 다르지 않다.

◆공포는 욕망에 대한 징벌이다.

좀비의 이빨은 섹스한 자,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자 등을 제일 먼저 겨냥한다. 공포 영화의 장르적 규칙이기도 한 `희생의 순서` 는 이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관철된다. 페스트를 신의 응징으로 받아들였던 인류가 에이즈를 `타락한 성욕에 대한 징벌` 로 받아들인 것처럼, 공포 영화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을 동시에 표현한다.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서로에 대해 극한적인 잔인성을 보인다. 전기톱과 총으로 무장하고 좀비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잘라대거나, 트럭으로 좀비들을 짓밟고, 서로 먼저 살겠다고 의심하고 싸운다. 페스트가 `마녀사냥` 을 낳았고, 에이즈 감염에 대한 공포가 `동성애 혐오증` 을 유발했던 것과 흡사하다.

◆현대인들이 갈 곳은 `쇼핑몰` 뿐? 살아 있는 자들이 천지에 깔린 좀비들을 피해 달아난 곳은 대형 쇼핑몰이다. 좀비들은 생전의 버릇대로 쇼핑몰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영화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응축돼 있는 곳, 현대인들이 존재를 확인하는 곳이 바로 `상품들의 진열장` 일 뿐이라고 말한다. `소비사회의 욕망` 에 대한 풍자다. 쇼핑몰마저 좀비들에 함락되자 살아 있는 자들은 간신히 외딴섬을 향해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그 섬에서 누구를 만날 것인가.

조지 A 로메로의 원작은 최후에 여자와 흑인을 살렸고, 올해의 리메이크작은 `백인 남성` 을 첫 희생자로 택했다. 인종차별 성차별 등에 대한 사회의식의 진전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