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의 밤이 끝날 즈음의 새벽 풍경
1. 이쁜이, 영로, 진희 등이 지친 몸으로 한 쪽 구석의 테이블 소파에 널부러져 있다. 술 먹으랴 테이블 치우랴 그들의 잠은 노곤해 보인다. 한편 술을 많이 먹어서 매상을 올려야 된다는 지상명령을 받들고자 초반부터 무리했던 줌은 제대로 집에 가지도 못할 정도로 취해 어딘가에 쓰러져 있다는 정보.
2. 두 테이블 정도에 손님이 앉아 있고, 정남 형과 대표 님만이 테이블에 앉아 손님들을 접대하고 있다. 아마 후원의 밤에 온 후원자들 중 반절 정도가 정남 형이 불러온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는 지칠 줄 모르고 일을 했고, 새벽에는 상당히 피곤해 있었다.
3. 친구사이 회원도 아닌데 후원의 밤 사회와 마담 역할을 했던 '마돈나'. 해피마우스 회원들을 초대한 것도 고마운데, 열심히 일하다다 마지막에 젖은 빨래처럼 주저앉아 눈물 흘리며, '난 친구사이 회원도 아닌데...' 소리를 연방 늘어놓는 그, 안쓰럽고 고맙고 미안하다.
4.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끝까지 버티고 앉아 있다가 마지막 쯤에 혼자 마신 술에 취해버리고 말았다.
5. 그날 그 새벽, 참 많은 생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열악하기 그지 없는 친구사이 재정 때문에 갑자기 계획한 일이긴 했지만,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와줘서 고맙고 놀랍고, 또 먼저 간 친구사이 회원들 뒷다마를 까면서도 그 자리에 그냥 그렇게 주저앉아 자거나 울더라도 끝까지 남아 있던 회원들에게 고맙고 놀라운 마음 뿐이다.
돈은 별로 못 번 듯 싶지만, 슬슬 손님인 척 빠져나가던 회원들 모습에서 언뜻 실망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친구사이 회원도 아닌데 손님으로 와서 억지로 술 마셔주고 마담 노릇까지 했던 분들에게 미안한 노릇이지만, 덜 일했던 회원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아침 7시에 햇빛 속으로 소침해서 걸어갔던 회원들과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수고했다, 미안하다, 고맙다 표시하면 아마도 조금 더 살맛이 늘 것 같다.
나부터 고백하자면, 정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도도한 방관자였던 게 미안하고, 몸과 이미지 망가지는 거 감수하고 이 계획 밀어냈던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은 여전히 거랭뱅이지만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 소심한 마음 조금이나마 털어내고도 싶다.
조만간 결산의 의미로 술자리나 한 번 마련하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