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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2004-05-04 16: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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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드라마 TV 방영 러시
출처 : film2.0

2004.05.03 / 김영 기자  

동성애자를 전면에 내세운 TV 시리즈들이 잇따라 케이블 TV를 통해 방영을 시작했다. 가장 보수적인 문화 공간이라 할 안방 극장,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는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지난 2000년 9월 2일 아트선재센터(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퀴어영화제에는 심야 상영을 앞두고 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이날의 상영작은 <퀴어마을 청년들>. 원제 ‘Queer as Folk’로 더욱 알려진 이 작품은 영국 채널 4에서 1999년 방영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TV 시리즈였다. 총 8부로 이루어진 <퀴어마을 청년들>의 상영은 밤 12시부터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자리를 뜨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영화제 관객들의 특수성과 작품 자체의 재미가 한몫했지만 퀴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당시로선 드문 기회였다. 동성애 관련 프로그램이 공중파에서 방영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바로 그 <퀴어마을 청년들>이 <퀴어 애즈 포크>라는 원제로 국내 케이블 TV 방송을 시작한다. 4월 26일부터 홈CGV에서 방영을 시작한 <퀴어 애즈 포크>는 퀴어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영국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미국 작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무대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삶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와 더불어 리얼리티 쇼 형식의 <퀴어 아이>(원제 ‘Queer Eyes for the Straight Guys’) 또한 지난 4월 14일 방송을 시작했다. 패션, 뷰티, 문화, 인테리어,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게이 5명이 평범한 이성애자 남성의 외모와 생활을 매력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여 준다. 유행을 앞서가는 감각을 갖춘 동성애자들의 섬세함을 보여 주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 케이블 채널 브라보 TV에서 2003년 7월 처음 시작한 이후 9월에는 같은 시간대 ABC와 CBS 등 지상파 네트워크를 제치고 시청률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이제까지 <윌 & 그레이스>나 <섹스 & 시티>와 같이 남성 동성애자가 등장인물 또는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는 있었지만, 이처럼 동성애를 전면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것은 처음이다. <퀴어 애즈 포크>의 경우 동성 간의 직접적인 성관계가 묘사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방송위원회는 물론 시청자들 사이의 논란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홈CGV 김철연 프로듀서는 “우리가 편성하는 영화들 중에 퀴어 영화들은 시청자들에게 항상 폭발적인 반응을 얻곤 했다. 젊은 층부터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예전보다 크게 완화되었고 영화, 시리즈 등의 영상물을 통해 이러한 소재의 컨텐츠를 접하고자 하는 수요가 상당하므로 본격적인 퀴어 시리즈를 론칭하기에 적합한 시기라 판단했다”고 말한다. 방송사 내부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퀴어들의 감각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젊은 층의 취향에 부합될 것”이라는 판단을 토대로 방송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는 일단 이 현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남성동성애인권단체 ‘친구사이’의 박기호 정책팀장은 “두 작품 모두 성적 소수자들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퀴어 애즈 포크>와 같은 작품은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 이미 DVD나 소규모 상영회 등을 통해 마니아층이 형성되었던 시리즈인 만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것. 평균적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거부감보다는 관심이 높다. <퀴어 아이>를 방영 중인 캐치온 측은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을 통한 시청자 참여가 매우 활발하며 재방 요청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에피소드 30까지 판권을 구매한 상태로, 이같이 좋은 반응이 계속될 경우 추가 방영도 계획 중이다"라고 말한다. <퀴어 아이>의 경우는 등장인물들의 성향이 최근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메트로섹슈얼’ 열풍과 맞물린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편견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 동성애는 일단 하나의 취향과 트렌드라는 옷을 입고 브라운관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