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6살 동성애자 입니다.
21살 때 우연히 학교 선배가 저와같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이후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용기내어 게이커뮤니티에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20년동안 억누르기만 했던 저의 욕망들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하니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했죠.
게이커뮤니티에 데뷔하던 해 겨울,
이쪽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형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의 죽음은 게이친구들과 저에게 커다란 슬픔과 충격이었습니다.
애도하며 슬퍼하던 시기가 조금 지나자 저에게 또다른 질문과 감정들이 밀려왔습니다.
fun하기만한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많은 고민과 질문들이 저를 덮쳐오기 시작한 것이죠.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외로움들.
가족들에게 나의 정체성을 말하고 싶은 마음.
위로받고 싶은 마음. 내 모습 그대로 사랑 받고 싶은 마음.
나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나 결국 혼자 남게되는 것은 아닐까?
수 많은 고민들과 질문들..
이런 생각과 감정들을 홀로 견뎌내기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평생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커.밍.아.웃.
참으로 많은 상상할 수 없는 상상을 했었지만
상상했던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거칠게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했어요.
참으로 많은 말들을 준비했는데, 막상 눈물만 쏟아져 나오더군요...
커밍아웃 이후.. 3~4년동안 저는 엄마와 제대로된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어요..
엄마는 계속해서 저의 모습을 부정하려고만 했고
저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분노하고 자리를 떠났어요.
그리고 2012년 누나의 도움으로 엄마와 함께 성소수자 가족모임에 나올 수 있었고
다른 성소수자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엄마와 저의 얼어붙었던 마음은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게이 아들을 둔 우리 엄마에게는 어떤 논리적인 설명보다도 그냥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4년동안 아무도 엄마에게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괜찮아요... 당신의 아들도 당신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냥 그 말 한마디가 엄마에게도 누나에게도 저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했던 말이었습니다.
지보이스 공연을 보고 난후에
엄마는 "성소수자 부모, 가족모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우리 아들이 그냥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어요.
동성애자로서 사는 것이 불행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 아들이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알 것 같네요.
저 앞에서 노래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해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막상 제 눈 앞에 아들의 애인이 나타난다면 조금 당황스럽겠지만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할거에요."
저의 이야기를 공개된 자유게시판에 늘어놓자니 조금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모임을 통해서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분들도 함께 이곳에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용기내어 적어봅니다.
이번주 토요일 성소수자의 부모, 가족모임날에는 우리 엄마와 누나도 오기로 했어요.
이제는 우리 가족이 말할 차례인 것 같아요.
"괜찮아요, 당신의 자녀도 당신도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말이 이렇게 진하게 다가오는 말이었네요.
괜찮습니다 우리 모두 :)
토요일이 기다려지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