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고 바뀌어도 여전히 변함없는 것이 있다면 천주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참 종교에 무관심하지만, 그래도 천주교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어찌 저렇게 속답답한 인간들만 모인 종교가 다 있을까 하며 늘상 기가 막혀아죠. 이번에 교황의 자진 퇴임과 그 후임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이번엔 또 어떤 앞뒤 꽉 막힌 "인간"을 신의 대변인으로 뽑을 것인가에 대해선 그래도 관심이 안갈 수가 없더군요.
가장 유력한 인물은 현재 가나의 피터 턱슨 (Peter Turkson)추기경입니다. 이 이름으로 인터넷을 뒤져보면 성소수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기문 UN 총장이 아프리카의 성소수자에 대한 사형을 비판하자 „"과도한 형벌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아프리카의 전통과 문화에 부합된다고 본다. 도덕과 인권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역주: 뭔 회괴한 소리를 하는 것인지…)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동성애를 타부시한 문화 (!) 덕분에 유럽 교회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아동성범죄가 아프리카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역주: 은연중 동성애와 아동성범죄자를 동일시하는 천주교의 근원적 입장을 표현합니다. 참으로 모순이죠. 자기네들이 저지른 죄를 두고 딴사람한테만 손가락질하는…)
피터 턱슨 추기경이 교황으로 임명된다면 앞으로 바티칸이 동성애에 대한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해지는 순간입니다.
오랜만에 게시판 도배합니다. 속답답한 기사를 읽으시더라도 좋은 주말을 보내시길.
글마다 댓글 폭주하는 것같아 심히 민망하지만... ^^;;
물론 성소수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개신교 계열 MCC처럼 개별 교파간에 차이는 클 수 있지만,
뿌리가 같은 유태교, 기독교(천주교, 개신교, 정교회 등), 그리고 회교(이슬람) 모두
구약 시대의 율법을 물려받았으니 애초에 교리가 명시적으로 호모포비아적일 수밖에 없죠.
세계적으로 이 세 종교만큼 분명하게 '동성애 안 돼!'하는 종교는 없을지도 몰라요;;
가령 불교만 해도 모든 욕망을 초월해야 하니 이성애, 동성애간에 우열(?)을 안 가리니까요.
유교는 (맏)아들의 입신 양명, 가문 번창, 그리고 조상 제사가 중요하니 (남자)애를 꼭 낳아야 하지만,
적어도 전통 시대 중국과 일본에서 보이듯 (부모가 원하는) 여자와 결혼해서 아들(들)만 낳으면
남자첩을 두든 여자첩을 두든 실질적으로는 눈 감아주는 분위기가 되풀이됐죠(물론 처벌한 시기도 있지만요).
그래서 위의 세 유일신 종교 중 적어도 기독교와 회교는 몇 백년 동안 피 튀기면서 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가령 동성애 차별에 반대하는 국제 회의나 안건에서는 희한하게 일치 단결하기도 하죠.
재작년에 통과된 유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결의안은 교황청과 회교 국가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했구요;;
(뜻밖에도 유태교 교파 중에는 호모포비아를 버린 경우도 있고, 이스라엘에는 동성애 금지/처벌법이 없다더군요)
우리 나라에서는 가령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과 명동 성당이
오랫동안 노동자 등 소수자, 약자를 보호하고 독재 정권에 반대해왔고
다른 종교를 이단시하거나 비방하지 않으며
교회 조직상 신부, 수녀들이 헌금으로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천주교는 청빈하고 정치 사회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죠.
하지만 그 본산지인 서양에서는 피임 반대, 낙태 반대 등 몇 백년 된 교리를 그대로 유지해서
오히려 고루하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것같아 신기하죠.
지동설을 이유로 갈릴레오를 종교 재판에 회부한 조치가 잘못이었다고 시인한 것도 1990년대였으니까요.
워낙 전통이 많고 오래된데다 교황청이 맨위에서 진두 지휘하니 천주 교회 자체가 크게 바뀌긴 어렵겠죠...
(그나마 '일부' 보수 개신교처럼 호모포비아를 조직적으로, 사납게 시행하는 건 아니니 다행이랄까요;;)
그래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기독교 교파나 교회는 성소수자도 받아들이니,
결국 애초에 주어진 경전(+ 교리)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죠.
어차피 구약 시대 율법 그대로 실천하려면 동성애뿐 아니라 가령 돼지 고기도 금지해야 되는데,
현대 기독교는 예수님이 까다롭고 형식적인 옛 율법을 타파했다면서 교파를 막론하고 실천 안 하면서도
유독 호모포비아의 근거로는 구약을 거론하니, 율법도 편한 대로 골라 지키고 비일관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죠;;
(그 점에서는 돼지 고기 안 먹고 하루에 몇 번씩 기도하는 유태교와 회교가 더 경전대로 실천한달까요...)
심지어 일상 생활이 곧 종교인 회교권이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동성애자를 돌로 쳐죽이는 건 아니니;;
서양과 우리도 그랬듯이 세속화, 민주화, 개인 사생활 의식 향상에 따라서 변할 가능성은 없지 않죠.
어차피 종교라는 게 개인적, 집단적 소신과 믿음의 문제라서 자칫 싸움 나기 딱 좋은 소재지만,
이 세계는 특정 종교가 지배하는 곳이 아니고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어 보일 뿐더러
남북한처럼 국교가 없고 정교 일치를 실시하지 않는 세속 국가도 부지기수인데다
반기문 총장도 말했듯 인권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문화를 넘어서는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가치인 만큼,
어떤 종교도 자신의 경전과 교리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하고 그걸 남에게 강요해선 안 되겠죠...
(글이 너무 길어진데다가 위험하고 어려운 교리 논쟁이 될까봐 용두사미로 얼렁뚱땅 마무리하네요;;
그리고 특정 종교들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그 근본 교리의 특성, 한계, 변화 가능성에 대한 얘기니까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