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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

가진사람들 첫 공식행사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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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4일 토요일, 세계에이즈의 날을 기념하여 을지로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친구사이 내 PL자조모임인 '가진사람들'의 첫 오픈 공식행사 '투'가 개최되었습니다. 행사는 로뱅 캉필로(Robin Campillo) 감독의 영화 <120bpm>(2017)의 상영과 더불어, 뒤이은 세 사람의 HIV/AIDS 관련 발제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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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bpm>은 2018년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80년대에 그야말로 감염인들이 쓰러져가던 시절, HIV/AIDS 운동단체인 액트업 파리(ACT UP PARIS)가 AIDS 치료제 시판을 늦추는 제약 회사와 투쟁해나간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시절의 일화는 실제로 액트업 파리의 멤버였던 감독의 경험에서 기초한 것이기도 합니다. 소년 게이였던 로뱅 캉필로는 1982년 HIV/AIDS의 존재를 안 이후 10년 동안 섹스를 할 의욕도, 영화를 만들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고 언급했으며, 1992년에 그 자신이 액트업 파리에 가입한 후에야 그런 낙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술회했습니다. 
 

이 영화의 감상평은 지난 2017년 12월 친구사이 소식지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퀴어 운동과 HIV/AIDS 운동의 세세한 결들을 빼곡히 담아내 촘촘한 밀도를 자랑하는 이 영화는, 운동의 기록과 영화적 성취를 모두 거머쥔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쯤 감상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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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이 끝난 후, HIV/AIDS 운동과 관련한 세 분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첫 번째 발표는 '에이즈환자건강권보장과 국립요양병원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권미란 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국내 HIV/AIDS 운동의 산역사인 권미란 님은, 2001-2년경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대한 의약품 공공성 투쟁에 임하였다가 HIV/AIDS 운동에 스스로 뛰어들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PL들에게서는 외국의 당사자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몇 년 안에 죽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하는 체념이 짙게 드리워 있었고, 당시 그 점에 충격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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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미란 님, "한국 HIV/AIDS 30년, 그리고 우리의 시간" 슬라이드

 

 

 

이후 HIV/AIDS 관련 약제의 변천사와 국내 인권운동의 역사가 소개되는 가운데, 2008-10년 PL 당사자인 윤가브리엘님과 함께 진행했던,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 관련 의약품 접근권 투쟁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당시의 투쟁은 참으로 힘겨웠는데, 그런 가운데 윤가브리엘님이 활짝 웃는 슬라이드에 이르러 발표자가 이 사진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고 술회하는 순간은 매우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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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영정 님, "침묵의 의미를 묻다" 슬라이드

 

 


두 번째 발표는 장애여성공감,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연구모임POP 소속의 나영정 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섹스의 활력이 친목과 운동의 밑바탕이 되는 게이커뮤니티 안에서, 왜 특정한 종류의 섹스가 집요하도록 논쟁되지 않고 있는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비감염인으로 상상될)게이들이 서로 항문섹스하는 것이, 이성애자의 그것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고 그 자체로 무해하다는 식의 운동 전략이, 의외로 논리상 취약한 지점이 많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섹스 안에는 많은 이슈들이 잠복해 있고, (PL의 성적 권리 등)커뮤니티가 유달리 이야기하지 않아온 섹스에 대해 앞으로도 침묵을 지킨다면,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근저한 철학적 뿌리가 여성운동이나 장애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얕아질 수 있다는 지적은 죽비와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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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발표는, 이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감염 사실을 밝힌 친구사이 회원 물병자리님의 시간이었습니다. PL 스스로 얼굴을 내보이고 자신의 감염사실과 그에 따른 경험을 이야기한 사람의 수는, 90년대부터 따지고 들어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HIV 감염 확진 이후 연애와 섹스, 단체 활동을 비롯한 자신의 게이 라이프를 어떻게 보내왔는지 담담하게 술회한 세 번째 발표는, 이 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큰 용기를 내주신 물병자리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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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사람들'이 처음으로 일반 대중 앞에 선보인 오픈 행사인 '투'의 제목은, 2, two, 異, 鬪 등 다양한 함의를 의식하여 결정되었습니다. 그처럼 게이커뮤니티 안에 감염인이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감추고 싶은 치부이자 공공연한 금기였고, 그 가운데 게이커뮤니티 안의 감염인들은 어쩌면 일반 사회보다 더한 차별과 낙인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싸워나가야 했습니다. 

 

오래 전 한 사람의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했을 때, 그 자신의 변화는 물론이고 그를 둘러싼 사회 또한 그를 혐오하거나 지지하는 가운데 조금씩 달라져왔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감염인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커밍아웃했을 때, 당사자의 변화는 물론이요, 그를 둘러싼 일반 사회와 게이커뮤니티 또한 그의 용기가 무색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책임이 있게 됩니다. 여전히 HIV/AIDS에 대한 혐오가 완연함에도, 세상을 향해 큰 한 걸음을 내딛어준 친구사이 PL자조모임 '가진사람들'의 행보 앞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화답해야 할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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