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스케치 #1]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기



7월 15일 서울광장에서 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나에게 이번이 네 번째로 참가하는 축제인데, 이번에는 그저 구경하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친구사이 기획단으로 시작하여 부스 팀으로 참가했던 의미 있는 축제였다. 한 달여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친구사이 홍보와 후원 그리고 즐거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퀴어문화축제는 당초 6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서울광장의 사정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7월에 열리게 되었다. 다행히 크게 우려했던 것처럼 한여름 날씨는 아니었으나 축제날이 다가오면서 하필 때가 장마 기간과 겹쳐 비 때문에 공들인 축제가 흐지부지될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축제, 하늘이 도우셨는지 비는 가끔 집중적으로 쏟아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내리진 않았고, 오히려 날이 선선해서 한낱 땡볕더위보다 훨씬 나았던 것 같다. 축제 분위기에다 수많은 인파에 정신없이 있다 보니 시간이 그냥 없어지듯 지나갔다.


친구사이 부스 팀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소기의 목표는 참가자들의 열성적인 후원에 힘입어 잘 달성되었기에 기분이 좋았다. 아직 활동한지 오래되지 않은 나로서는 친구사이라는 인지도 있는 단체의 행사를 진행해봤다는 뿌듯함과, 또한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서로 친해지는 계기도 되었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게다가 상당 부분 자원봉사자라 볼 수 있는 불특정 친구사이 회원들의 참여로 꾸려진 기획단이었기에, 전문성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어느 정도 있었음에도 이정도로 축제가 잘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무척 만족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에도 어김없이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바깥에서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고 있었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유난스러운 광경이다. 이들 때문에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흡연구역이나 화장실을 갈 때 겪은 위협감을 생각하면 참 암울하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그리고 가짜뉴스 기반의 이 집단은 좋든 싫든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를 이야기하려면 빼놓기 힘든 키워드가 된 것 같다. 종교활동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작태를 보이는 그들이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 보수라는 이념의 헤게모니를 구축해버린 그들과 한 사회에서 양립하여야 하는 게이 커뮤니티의 과제가 퍽 무거워 보였다.

우리나라 퀴어문화축제 당일 행사만 놓고 봤을 때,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퍼레이드와 함께 서울광장에서의 부스와 공연도 행사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인 것 같다. 내가 참가했던 2013 프랑스 몽펠리에 게이퍼레이드도 퍼레이드 중심이었고 많은 경우 게이퍼레이드는 행진을 의미하지만, 한국처럼 축제로써 일정한 공간에서 참여단체들의 부스와 공연이 어우러지는 행사는 퀴어문화축제만의 독특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날 하루만큼은 서울광장은 개방된 공간에서 내 정체성에 떳떳하고, 기득권 계층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미풍양속’에 저항하는 공간이었다.


퀴어문화축제에 있어서 참가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서양의 게이퍼레이드에서 상의를 탈의한 남자들을 보는 건 흔한 일이었는데,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몇몇 서양인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볼 수 없었다(개인적으로 아쉽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동양권 문화가 벗는 것에 보수적인 면모도 없진 않겠지만, 기독교 언론의 거세고 집요하고, 그리고 왜곡된 공격이 소수자 커뮤니티로 하여금 표현을 움츠리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세대가 그 다음 세대로 바뀌기 전까지 이런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아직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동성애자들만을 위한 행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퀴어문화축제이지만, 꾸준히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인지도 높은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외국 특정 도시들의 유명한 게이 퍼레이드처럼, 모두가 참가하여 무지개 깃발을 들고 즐기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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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정회원 / 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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