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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여름아, 부탁해’ - 2016 친구사이 워크숍 후기
2016-09-01 오후 19:51:26

[활동스케치] ‘여름아, 부탁해’ - 2016 친구사이 워크숍 후기

 

 

6월 25일 토요일, 구름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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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친구사이 워크숍 ‘여름아, 부탁해’가 진행될 주말 동안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작년 워크숍에도 비가 왔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려나 싶었다. 토요일 점심, 여느 때처럼 탑골공원 앞에 옹기종기 모여 경기도 양평의 한 펜션으로 출발했다. 그래도 가는 길에 만난 오랜만의 뭉게구름에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나의 첫 워크숍이었던 2012년과 같은 장소라는 소식에 그때의 추억도 이따금씩 떠올렸다. 버스 안에선 이번 달의 정기모임이 간단히 진행됐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들, 이번 달에 정회원이 된 분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인사를 듣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남자가 한밥’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잠시 잠이 들었을까. 두 시간 정도 도로를 달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손목에 감긴 파란색 띠는 나의 조를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이틀 동안 함께할 팀원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차돌바우 형, 석이처럼 익숙한 얼굴들 외에 오늘 처음 만난 분들과 함께 하게 됐다. 그중 JAY 형은 매력적인 긴 다리를 가지고 계셨고, 닉네임을 까먹은 한 형은 작년 워크숍 때 보고 1년 만에 보았다. 항상 정체가 궁금했지만 ‘워크숍에만 나타나는 형’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 무서웠지만 반가웠다. 그리고 늦게 도착한 인상 좋은 영준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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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워크숍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물놀이다. 파란, 빨간색의 길고 짧은 각자에게 어울리는 예쁜 수영복을 준비했다. 예상대로 보기가 좋았다. 나도 준비한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비가 오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해가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계곡에 발을 담글 때쯤엔 비가 조금 오긴 했지만, 피부를 툭툭 건드리는 빗방울의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기환이 형의 센스 넘치는 몸풀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게임은 4년 전과 변한 게 없었다. 그게 친구사이 워크숍의 매력이다. 그래도 나름의 귀여운 재미가 있다. 수영장에서는 다 같이 미끄럼틀을 타고, 어설픈 다이빙을 했다. 숨이 찰 때쯤이 되자, 빗줄기는 굵어졌고, 그렇게 어느덧 오후가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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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맛있는 카레를 먹고, 마음 만지기 프로그램 ’너와 나의 친구사이’가 진행되었다. 여러 가지 단어와 감정으로 친구사이에 대한 저마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첫 질문  ‘친구사이에서 느끼는 좋은 감정'으로 나는 ‘소속감과 안정’을 꼽았다. 이날 처음 나오신 어떤 분은 앞으로 친구사이에서 이런 느낌을 바란다고 했다. 루빈카는 “책읽당 활동을 하면서 소속감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디오 형은 “고향 같은, 자신에게 기반이 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여기 있는 누구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철호 형의 말마따나 “친구사이만 한 단체가 없다”라는 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진 질문은 ‘친구사이는 내게 어떤 곳인가’였다. 누군가에겐 기본 목적에 충실한 ‘인권단체’일수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공감과 위안을 주는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는 곳’ 일수도, 함께 웃으며 술 마실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 일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포함된 단어는 ‘함께 꿈을 꾸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들의 욕구를 건강하게 실현해 낼 수 있는 곳. 그래서 앞으로 ‘친구사이에 기대라는 것’으로 ‘사람들이 자주 모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 이곳에 오면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말이다. 4년 전 워크숍에서 처음 만난 소년 같던 기로형은 회원지원팀장이 되어 “활동을 시작한 지난 3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모두 이 시간이 원동력이 되어 열심히 활동했으면 좋겠다”라는 멋진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와 나의 친구사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사람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올해 워크숍에서 가장 뿌듯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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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 ‘게이육감만족’이 진행되었다. 여섯 가지 감각의 요정들이 우리의 감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여섯 개의 방에서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밀도 있게 진행되었다. 다양한 게임들이 착착 진행되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교감 속에 팀원 분들과도 한 층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진행되는 ‘달빛 데이트’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였다. 나는 기즈베 형과 짝을 이뤘다. 서로가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여름밤 특유의 정취는 속마음을 내비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올려다본 밤 하늘에는 수만 개의 별이 소금처럼 아로새겨져 있었다. 얼핏 헤아려봐도 내가 사막에서 본 밤하늘의 별 보다 많은 숫자였다. 계곡을 따라 10분 정도 사람들과 함께 걸었을까. 묘한 달빛이 우리 모두를 비춰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달빛을 좋아한다. 어둠이 찾아오고 골목을 구석구석 비춰주는 달빛은 왠지 평등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밤 사람들 수만큼의 이야기들이 이 방안을 가득 채울까. 그렇게 자리에 돌아오니 푸짐한 술과 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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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일요일 날씨 맑음

 

친구사이 워크숍은 1년에 한 번 잠시 멈춰 서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을 떠올리기 좋은 시간이었다. 온통 낯선 공기와 사람들로 복작복작하지만,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소속감을 느낄 만한 여유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짧았던 이틀도, 마주쳤던 익숙한 이들도 고맙게 느껴진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2016년 여름의 친구사이 워크숍은 술이든, 사람이든 혼곤히 취해 자긍심에 풍덩 빠지기 제격이었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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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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