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반환점에는 한강 다리 밑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와 기타 음료를 파는 간이 주점이 있어요.
오늘도 그곳을 지나 반환하려는데 나이 지긋하게 드신 중년 분 두분이 자전거를 옆에 뉘어둔채 막걸리를 거나하게 드시고 장사익의 '찔레꽃'을 제법 크게 부르시더군요.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대게 그 노래와 결부된 추억이나 아픔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근데 이 노래는 거의 유일하게 노래에 대한 감동만으로 눈물을 흘려본 곡인거 같아요.
절정으로 치닫는 후렴부분에서는 눈을 감아버릴 수밖에 없는..
너무도 울림이 있고 섹시한 장사익 아저씨의 혼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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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옷고름 입에 물고 눈물저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
달 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동창생
천리객창 부구섬이 서럽습니다.
작년 봄에 모여 앉아 매일같이
하염없이 바라보던 즐거운 시절아!
고전토로트 찔러꽃의 감상을 맛보자
일절은 남녀사이의 애잔한 이별을
슬퍼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랴
옷고름을 둘둘뭉치면 입안가득이 물수 있는 크기가 된다.
그걸 입에 물면 아무리 울어도 소리가 나올수가 없으리라
눈에는 눈물이 얼마나 철철 흐르고 있을 것인지를
숨겨야만 하는 우리 이반들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남자가 떠나간다고 여자가 대성통곡을 하며
그 슬품을 달랜다 해도
약간의 질시야 받을지언정
그 어느 누구로부터 손가락질을 멸시를 당하랴
옷고름을 뭉쳐물고 울 필요 없이 그냥 울면 된다.
일반녀자는
하지만 남자를 떠나보내는
남아야만 하는
그 동네의 남자는
울음소리는 커녕
눈가의 이슬마저 들킬수없는
그래서 이별의 슬픔이 만들어내는
가슴을 저미는 아픔이
가실날이 없다.
울고 달래고 다른 사람을 기다린다고 했던가. 여자들은
하지만 남자를 떠나보낸 남자는
울지도 못하고 실컷울고 달래지도 못했기에
계속 가슴에 아픔이 저며 있다.
남자를 보낸 여자보다
훨씬 긴 세월을
몇배의 고통을
맛보아야만
스러진다.
이절
이거는 여자와 여자들이 동문수학하면서
즐거이 청춘의 즐거움을 맛보던 시절을 회상하는 듯
보이나
실재에 이르러서야
일절은 남자와 남자의 이별이지만
이저른 여자와 여자의
차마 드러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그저 마음을 내마음을 니가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서러움이 묻어나온다.
천리밖 객창의 부구섬에
어떤 일이 있는지
어떤 절결이 있는지
어떤 사연이 슬픈지를
어찌 아랴
자신의 맘이 슬퍼오니
천리밖의 아리한 부구섬의
모양은 그저 서러울 수밖에 없다.
너를 향하는 내맘은 저 달과 같으나
또한 니가 품고 있는 나를 향한 마음도
저 달과 같을 거라고 서럽게도 기대를 안은채
서로가 서로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너에게 무엇을 바라리요
나에게 무엇을 주지 않는다고
삐져볼수도 없다.
삐져 볼수도 없는데
내 마음은 끝없이 삐져들어가는 비극을
누가 알겠는가.
그려도 그 가슴을 아리는 그 맛을 맛보던
시절이 그립다.
더 철이 들어버리고
현실에 더 가까이 들어서버린 지금
그 서러워 고통스럽던 아픔이
오히려 즐거움이 아닐까 오해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