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해피 뉴 이어!
저는 2009년 제일 처음 새해 인사를 전애인에게 받았네요. 그것도 문자로.
새 애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2009년은 즐거울 것 같아요.
사실은
2009년 0시가 땡 하고 시작되면,
'가장 친한 친구 다섯에게 커밍아웃 문자를 보내겠다'는
제 나름의 2009년 프로젝트가 있었거든요.
그 중 셋은 이미 제가 게이인 것을 알고 있긴한데,
나머지 둘은 몰랐거든요.
그들에게 막연한 편견이 있었어요.
왠지 커밍아웃하면 나와 멀어질 것 같은 거의 확실한 예감.
그런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 여섯은 언제나 이렇게 살가운 사이였는데.
제가 그들을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불편함이 시작됐습니다.
나는
내가 게이인 것을 아는 친구와 내가 게이인 것을 모르는 친구로 나눠
그들을 대하기 시작한거죠.
더불어 제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이면 저 때문에 그들 사이에 또 다른 불편함이 생기고.
난 기왕이면 나에 대해 알고있는 친구들과 연락하기를 즐기고
분명히 똑같이 친한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둘에게는 연락이 꺼려지고.
나에게 실망하면 어쩌나. 내지는 전화해서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욕을 하면 어쩌나.
그렇지만 눈 꼭감고 준비했던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나름 친구사이의 커밍아웃 가이드를 참고해서ㅎㅎ)
-
나 사실 남자 좋아해.
그게 내 취향이야.
2009년부터는
거짓말하기 싫어.
해피 뉴 이어.
-
하고. 꽉꽉 채운 문자를 보냈죠.
이미 알고 있던 친구들은
'그래도 난 널 너무 좋아해'
'알아'
'이 말이 하고 싶었냐? 힘내!'
라고 바로 답장이 왔더라구요.
그리고 몰랐던 한 친구는
'그러거나 말거나 넌 너일뿐.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라고 의외의 답장을 해줘서 기뻤는데..
제일 걱정했던 한 친구는...
끝끝내 답장이 없었어요..
이 친구를 제일 걱정했던 이유가.
여자입니다만,
저를 연애 상대로 생각해 고백한 전력이 있는데다,
독실한 크리스찬이고.
또,
언뜻 호모 포비아적인 발언을 몇 번 한 적이 있어서요.
사실은 많이 망설였는데.
이 친구에게는 꼭. 정말 꼭 말하고 싶었어요.
'2009년에는 친구들에게 더이상 숨기지 않기' 프로젝트를 생각한 것도 이 친구때문이기도 하고.
나 때문에 우리 여섯.
더 돌이킬 수 없이 서먹해 지는 것 아닌가.. 하고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올 무렵.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에
'나도 남자 좋아하는데, 우린 취향이 같구나'
하고 답장이 왔습니다.
야호!
그녀는 밤새 고민했겠죠.
우리는 1월 1일 당장 만나 하루 종일 수다를 떨었습니다.
처음엔 당황해서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분한 마음도 있었고, 교회를 싫어하는 내가 납득이 가기도 하고.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그 동안 힘들진 않았을까 하는 동정까지.
사실 본인도 자기가 그렇게 결론 지을 줄 몰랐다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친구라서가 아니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성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단어에 촛점을 맞추니까
많은 것이 달리 보이더라 하는 이야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습니다.
더불어 해마다 친구들과 짬을 내 꼭 한 번 가는 여행에서
더 이상 진실게임 할때 거짓말하지 말라는 당부도 하더군요.
편견의 껍질을 들추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 친구에 대한 내 편견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단단했나봐요.
2009년 첫번째 프로젝트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대성공입니다.
ㅎㅎ
보이지 않은 그 무엇과 싸우고 계신 모든 분들
2009년엔 다들 건승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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