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에 관한 한 내게 '제인 에어'는 어떤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장면을 담고 있다. 우리의 음흉한 로체스터는 제인 에어를 손금으로 꼬실 수 있었다. 점쟁이로 미리 분장한 로체스터, 제인 에어를 손님으로 받아들인다. 로체스터는 제인 에어의 손금을 읽는 척하며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지금 동쪽으로 달려가요. 그러면 거기에서 당신의 운명적인 남자를 만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제인 에어, 그곳으로 가게 되는데, 로체스터는 점쟁이 변장을 걷어버리고 말을 타고 달려가 먼저 그곳에 당도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왔냐고 묻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제인 에어를 맞이한다. 놀라는 제인 에어. 그들의 흐릿했던 사랑은 이 사건으로 정점에 오르기 시작한다.
가끔 술에 취하면, 사람들에게 손을 보자고 하는 버릇이 있다.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곤 한다. 손금 볼 줄 알아요? 그럼은요, 하면서 능청스럽게 처음 만난 사람의 손을 덥석 잡는다. 오늘 고백하자면, 실은 손금을 잘 볼 줄 모른다. 손금에 관한 내 지식은 언젠가 출판사 창고에 쳐박혀 잠시 점성술에 관해 읽었던 게 전부다.
내가 손금을 보자고 할 때는 대개 상대방의 손을 잡아보기 위해서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손금을 함께 봐주는 척해야 하는 고욕은 관심 가는 상대방 손의 따뜻함, 손에 새겨진 삶의 이력 등을 대충 가늠해볼 수 있는 기쁨으로 보상되곤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손금 봐줄까요? 하고 묻는 순간은 그렇게 음흉스러울 때다.
Nick Drake | Way To 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