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는 진정한 동성애 영화 아니다>
[연합뉴스 2006-03-01 18:42]
영화 ' 왕의 남자' 이준기
동성애단체, 동성애 영화 토론회 열어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동성애 진영은 최근 개봉한 동성애 소재 영화인 '왕의 남자' '타임 투 리브' '메종 드 히미코' '브로크백 마운틴' 등에 대해 "진정한 동성애 영화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성애 인권단체인 친구사이는 1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 일민미술관 5층 영상미디어센터에서 '긴급진단-극장가를 장악한 퀴어 웨이브'라는 주제로 동성애 영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왕의 남자'에 대해 "고전적인 흥행코드에 동성애를 녹여놓았을 뿐 동성애의 본질을 보여준 영화로는 보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진형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왕의 남자'에는 정치적 풍자와 성(性)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선시대 왕(연산), 궁중 광대 등 동성애 이외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가 많았다"면서 "'왕의 남자'의 관객 1천만 돌파는 다양한 흥행코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함께 언급된 '메종 드 히미코' '타임 투 리브'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해서도 "이들 영화도 동성애라는 통로를 통해 노년문제, 죽음, 사랑 등 인간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이들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이들 영화에 대해 "동성애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거리를 두고 동성애를 관조하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들
영화는 국내에서 제작된 '로드무비'나 '번지점프를 하다' 등 동성애가 중심이 된 영화와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그는 "'왕의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면서 "동성애자의 인권을 논하는 자리를 확대시켜 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승우 문화연대 부설 문화사회연구소 활동가는 '왕의 남자'를 동성애 영화로 볼 것인가에 대해 "동성애는 새롭고 신선하고 낯선 것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가치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왕의 남자'에서 동성애는 영화 구성요소의 일부일 뿐 주요소재는 아니다"라며 동성애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이준기 신드롬에 대해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는 이준기로 인해 동성애자가 '예쁜 남자'로 이미지화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면서 "동성애자들이 이준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현실의 동성애자들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기호 퀴어문화축제 기획위원은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는 '왕의 남자'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선보인 동성애 에피소드에 더 주목한다"면서 "'왕의 남자'가 사극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에게도 영화 속 동성애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친구사이' 회원 이민철 씨의 사회로 2시간 여 동안 진행됐다.
sungl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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