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을 먹고 나서는 꼭 졸음이 몰려온다.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서 한 10분 20분 정도는 잠을 자고 일어난다. 일어나면 벌개진 이마가 볼만한데, 아직 본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다.
2.
종로의 점심시간, 뒷골목으로 사람들이 몰려다닌다. 식당마다 사람들이 그득그득한데, 젊은 사람들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참 다양하게도 있다. 사람들을 보면 가벼운 옷차림이거나 유니폼이다. 이 근처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 뒷골목을 일터 삼은 사람들이 꽤 있는 듯하다. 나이 든 사람들은 언제나 많다.
식당에는 유독 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많다. 좁은 식당에 자리는 별로 없어서, 합석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나이 든 남자들은 거의가 혼자서 식당에 들어서고, 일하다 점심을 챙겨먹으러 나온 사람들도 혼자가 많다. 달그락 달그락 조용히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별로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익숙해지면 외로움은 별로 외롭지 않은 건가. 사람들은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서 별 것 아닌 것 같다.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당혹스러웠던 것은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는 친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덩치가 큰 학교인지라 다른 학과로 새로 들어간 나와는 생활 공간도, 식사시간도 맞지 않았다. 자취생이니 집에서 티비나 신문을 벗하며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별 일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왁자지껄 까르르 웃는 생생한 그룹들 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왠지 초라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것보다 더 곤욕스러운 일은 학교에서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이상한, 여전히 남아있는 대학 특유의 집단문화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쩌다가 예전 같은 과 사람들이 혼자서 밥을 먹는 나를 보게 되면 괜히 다가와서, 왜 혼자서 밥을 먹어? 하는 말을 꼭 던지고 살아지곤 했다. 왜? 왜라니? 그들은 마치 같이 밥을 먹는 그룹이 있는 게 대다한 권력인 양 불쌍한 시선을 던지고 사라졌었다. 그런 친구들일수록 막상 자기가 혼자서 밥을 먹게 되었을 때, 더 초라해진다는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 하긴. 저 쭉쭉 뻗은 앞길로 걸어나가는 그들에게, 와글와글한 공간 속에서 혼자 밥 먹을 일은 거의 없을 터이니. 이런 분위기 속에 내가 아무리 별 상관 없이 고개 꼿꼿이 처들고, 신문 자리 내 자리 두 자리 차지하고 앉아 천천히 밥을 먹는다 해도, 타인의 시선 속에서 불쌍한 처지로 전락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혼잡스럽고 거대하고 반익명성을 지닌 공간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보다, 이곳 종로에서 그게 그거인 메뉴들을 찬찬히 훑고, 두리번 거리며 천천히 밥을 먹는 일은 그닥 별 일도 아니다. 이 근처 밥집을 잘 모르는 채 오늘은 어디로 먹으러 갈까나, 하는 10분짜리 고민과 술 먹을 돈이 밥값으로 나간다는 서러움일 뿐.
집 밖으로 나와, 매일같이 혼자서 묵묵히 밥을 떠 넣는, 생존의 외로움에 익숙한 자들. 이들이 바로 나의 친구이다.
오늘의 결론: 그래, 나 왕따다!
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