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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고·뮤지컬 휩쓰는 '동성애 코드'

[중앙일보 2006-01-21 05:24]    


[중앙일보 최민우] 1997년 장궈룽(張國榮)이 주연한 홍콩 영화 '해피 투게더'.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수작임에도 한때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다. 공연윤리위원회가 "동성애를 다뤄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막았다.

2002년 황정민이 주연한 영화 '로드 무비'. 청룡영화제 신인 감독상과 신인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관객은 고작 1만6000여 명에 불과했다. "동성애를 다뤄 거부감이 컸다"는 게 당시의 평가였다. 하지만 2006년 대한민국은 180도 달라졌다. 왕과 광대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왕의 남자)가 관객 1000만 기록을 예고하는가 하면, 살을 맞댄 남자들 간의 끈적끈적함과 거친 숨소리가 TV 광고(SKY 휴대전화)를 타고 안방까지 침투했다. 금기의 벽은 벌써 허물어졌다. '동성애 코드'가 대중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 밝고 환하고 즐겁게이!


▶로저=너무 어두워, 쇼란 아름답고 예뻐야만 해. 깜찍한 뭐랄까.


▶리오=즐겁-게이(Gay.동성애자)?


▶로저=그거야. 무대 위에선 어떤 것도 가볍게이, 환하게이, 즐겁게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프로듀서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의 일상을 풍자한 이 작품에서도 '동성애'는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음습하고 숨겨야 하는 치부가 아닌, 밝고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즐겁게'라는 말의 어미를 살짝 바꾼 '즐겁게이'란 말로 동성애를 풍자하면서도 전혀 심각하지 않다. 특히 미끈한 몸매를 과시한 신인 배우 함승현(카르멘 분)씨는 '뮤지컬계의 이준기'란 평가를 들으며 인기 절정이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관객의 반응에서도 거부감을 찾기 힘들다. "간질간질한 몸짓에 당황하면서도 생글생글한 목소리에 넘어가 버렸다(ID:laygogo)"는 식이다.


이처럼 '동성애'를 소재로 한 문화 상품들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최근 개봉됐거나 곧 상영될 국내 영화만 해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다섯 개의 시선' '천하장사 마돈나' 등등. 신인 여가수 반디의 '여자를 사랑합니다'란 뮤직 비디오에서도 동성애 장면이 등장한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를 쓴 방송작가 인정옥씨는 "요즘 작가들 사이에 동성애를 빼면 스토리가 너무 밋밋한 게 아니냐란 말이 오갈 정도"라고 말했다.


# 얼짱 문화 VS 소수자에 대한 관심


'동성애'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여성 동성애자(레즈비언)들의 모습은 좀체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남성 동성애자(게이)들의 얘기다. 대중문화 평론가 성기완씨는 "동성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주로 20~30대 미혼 여성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마치 애완동물 키우듯 보호하고 싶은 연약한 남성에게 매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화평론가 서동진씨는 최근 '동성애 열풍'이 '얼짱 문화'의 새로운 변형에 불과하다며 다소 부정적이다. "홍석천이 커밍 아웃(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것)할 당시만 해도 반응은 싸늘했으나 요즘에는 예쁜 동성애자만 나오기 때문에 대중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성적소수자 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대표는 "동성애자들의 생활을 정면으로 다루진 못했지만 한국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넓혔다는 점에선 분명 의미 있는 진보"라고 진단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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