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기 <걱정마, 잘 될거야> 세실리아 낭트 포크 감독
[필름 2.0 2005-04-29 21:40]
가부장제와 동성애 혐오증이 뿌리깊은 건 자유로운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그 속에서 여성이자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건 이중의 고난을 감수하는 일이다
뮤직 비디오같다. 카메라를 보며 고백하는 여자아이들 사이로 관능적인 장면들이 지나간다. 여성 가수들의 강렬한 목소리가 그 위로 흐른다. <걱정마, 잘 될거야>는 젊은 영화다. 10대 레즈비언 소녀들의 성장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으며 세실리아 낭트 포크 감독은 모국 스웨덴의 레즈비언 가수 에바 달그린과 미국의 페미니스트 뮤지션 애니 디프랑코 등 여성 음악인들의 노래로 영상을 엮었다. 여성이자 동성애자라는 공감대가 선율을 타고 영화 전체에 흐른다.
주인공은 세 명의 소녀지만 <걱정마, 잘 될거야>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자신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던 감독은 14세 무렵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끌리는 10대 여자 애가 있니?”라는 광고를 음악 잡지에 냈다. 많은 소녀들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성인이 되자 다음 세대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이번엔 인터넷을 통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처음 받은 이메일은 80여 통. 자신의 나이와 감독 신분을 밝히고 의사를 타진하자 25통의 메일이 다시 돌아왔다. 최종적으로 영화에 참여하게 된 건 미, 욥, 나탈리 세 명. 감독은 그들에게 카메라를 쥐어줬다. 친구와 부모에게 자신을 숨겨야 했던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놀라울 정도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수 년이 흘렀다. 어느새 대학에 들어갔고 사랑에 빠졌고 부모에게 커밍아웃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60대를 넘긴 5명의 레즈비언 여성을 만나 동성애가 금기였던 시대의 삶을 담았던 첫 번째 작품과 달리, 이번엔 모두가 현재 진행형. 이야기가 어떻게 뻗어갈지 짐작할 수 없었다. 더구나 카메라는 그들의 손에 있었다. 낭트 포크 감독은 믿고 기다렸다. “일단 찍고 나중에 생각하라”는 조언 정도만 던졌을 뿐 모든 것은 소녀들의 몫이었다. 150시간에 이르는 긴 분량을 74분으로 압축한 <걱정마, 잘 될거야>를 보며 관객은 그들의 성장에 동참하게 된다.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잘 될 거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가부장제와 동성애 혐오증이 뿌리깊은 건 자유로운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그 속에서 여성이자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건 이중의 고난을 감수하는 일이다.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이 문제에 주목했던 세실리아 낭트 포크 감독은 다른 불평등의 영역으로 눈을 돌린다.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계급, 환경,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사회 속엔 여러 불평등의 문제가 있다. 할 일은 너무너무 많다.” 가장 먼저 계획하고 있는 영화는 최근 스웨덴에서 일어난 집단 강간 사건에서 시작된 것. “폭력,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남성의 폭력”에 관해 말하며 바쁜 일정으로 지쳐 있던 얼굴이 다시 상기된다.
사진 서지형 기자
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