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깡패 형들이 시켜서>
[연합뉴스 2005-03-24 10:54]
참회의 편지
(시흥=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 "깡패 형들이 시켜서 아이스크림을 훔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일진회 등 학교폭력문제가 위험수위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건영 4차아파트 단지내 건영마트에는 최근 한 중학생으로부터 현금 2천원과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의 요지는 깡패들의 강요에 못 이겨 아이스크림을 훔쳤으나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학생은 편지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깡패 형들이 부르더니 '돈 다 꺼내봐' 라고 했어요. '돈이 없는데요'라고 했더니 형들이 500원을 주면서 아이스크림 1개를 사고 4개는 훔쳐오라고 했어요. 제가 그 형에게 '정말 그런 거 못해요'라고 했더니 막 때리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훔치게 됐습니다"라고 절도의 동기를 밝혔다.
이어 "가게에서 아줌마께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형들이 나중에 학교로 찾아와 때릴까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훔치고 나중에라도 아주머니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려고 했지만 오해를 받을 까봐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은 "아주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날 쌍쌍바 2개를 훔쳤습니다. 1천원은 쌍쌍바 값으로 받아주시고 다른 1천원은 저희가 양심을 속인 값으로 받아주세요. 아무리 형들이 협박해도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며 용서를 구했다.
마트 주인 김익배(56)씨는 "아내가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중학생 2명이 가게에 들어와 아이스크림 한 개값을 내고 2개를 그냥 집어들더니 도망쳤다고 합니다. 가게 밖까지 쫓아갔었지만 붙잡지 못했으나 다음날 한 초등학생이 들어와 현금 2천원이 든 참회의 편지를 놓고 갔습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끔 여러명이 들어와 주인의 눈을 현혹시킨 뒤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청소년들이 있지만 대부분 호기심에 그런 짓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 학생처럼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참회의 편지를 써 보낸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kcg33169@yna.co.kr
가람 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