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쿠스 (Spartacus, 스탠리 큐브릭, 1960)
스탠리 큐브릭의 스파르타쿠스(1960)가 DVD로 복원되어 한국에 이번에 재출시되었다. 개봉 당시 풍속에 어긋난다 하여 제작사 가위로 잘라내졌던 동성애 뉘앙스를 풍기는 장면들도 다시 붙여졌다. 스탠리 큐브릭은 이 영화를 수치스럽게 여긴 걸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제외하고 싶단 말을 하곤 했다.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적응에 실패한 작가의 항변쯤 될 게다. 물론 다른 큐브릭의 걸작들에 비해 이 영화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쓸데없이 관습적으로 삽입된 스튜디오에서의 투 샷 멜러 씬이라든지, 시퀀스 사이의 불협화음 등 눈에 걸리는 구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 하지 않았던가. 벌판에서의 결투 장면은 거장다운 면모를 충분히 과시한다. 사운드와 함께 차갑게 커팅하면서, 양쪽 부대의 긴장감을 묘사하는 솜씨는 과연 출중하다. 나중에 멜 깁슨은 브레이브 하트에서 이 장면을 참조했다고 한다.
스파르타쿠스는 후버의 마녀사냥이 끝난 직후에 제작된, 매카시즘의 광풍에서는 도저히 제작될 수 없었던 이상한 성격의 영화다. 원작자는 헐리우드 좌파를 소집했던 위원회 HICCASP에 소환된 인물이었고, 로마 제국의 노예 반란을 주도했던 스파르타쿠스는 칼 맑스가 평소에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다. 또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로마 제국 당시의 섹슈얼리티 풍경을 그려보이는데 빼놓을 수 없는 동성애적 코드가 영화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호모섹슈얼리티는 매카시 광풍의 주요 먹이감 중의 하나였다. (뭐 거시기 좀 분위기가 어째 야리꾸리하면서 피돌기 엔진을 좀 빨리 돌려서 그렇지 하나도 안 야하더만 가위질 하고 지랄을 했는지.. 원..)
스파르타쿠스 반란은 노예제 생산양식으로 구성된 고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일어난 조직적인 노예 반란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검투사 조직으로 구성된 것도 그렇지만 그들이 노예의 위치에서 벗어나 그토록 갈망해던 '자유인'의 위치에 여성도 동등하게 참여했던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12만이나 되는 노예 반란군이 로마 제국을 어슬렁거리는 광경은 아마 장엄했으리라. 그들의 탈주가 성공해서 모두 시실리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역사엔 가정법이 없다지만, 아마도 그랬더라면 서구 문명사는 조금 더 풍성해졌을 것 같다.
스파르타쿠스 (Spartacus, Robert Dornhelm, 2004)
2004년에 다시 제작된 스파르타쿠스.
큐브릭의 영화와 달리 후반부를 빠르게 처리했다. 완성도는 그리 뛰어나지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한 역사물. 여성의 위치를 더욱 능동적으로 주장하고 스파르타쿠스의 인간적 고뇌를 부각시킨 게 장점이긴 하지만 근육질 투성이의 스파르타쿠스를 영웅화하는 헐리우드의 뻔한 문법에 치중.
P.S
스파르타쿠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http://windshoes.new21.org/film-spartacus.htm
미안한 말이지만 큐브릭의 '스파르타쿠스'의 커크 더글라스 아자씨는 정말 영화로 보나 취향으로 보나 나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먼 듯. 이 영화에서 시이저로 등장하는 존 개빈John Gavin만이 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