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의 어원은 '말없는 사랑'입니다. 흑..... 저는 말많은 사랑이지만 아무도 그 말을 신뢰하지 않아 믿음의 빛이 죽어버린. 해서 종내는 말없는.
어쨌건 달맞이꽃에 얽힌 전설은 크게 두 개입니다. 먼저 인디언 전설을 들려드리죠. 눈 감고 잘 들으세요.
옛날옛날 어느 남미 인디언 마을에 한 처녀가 살았습니다. 앗싸!(개인적으로 '옛날옛날'로 시작되는 처음 도입부를 너무 좋아함) 이 처녀는 그 마을의 추장 아들과 사랑을 했지요. 그들은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미의 인디언과 달리 마야, 아즈텍 문명의 인디언 부족 사회는 꽤나 엄격한 가부장제 사회랍니다.
그래서 여성은 자기가 사랑하는 남성을 선택할 수 없었지요. 이 부족은 일 년에 한 번씩 성년의 남성이 성년의 여성을 선택해서 결혼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우리의 아름다운 아가씨는 사랑하는 추장 아들이 자신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왠 걸요. 추장 아들은 자기 옆에 서 있는 다른 아가씨를 선택하지 뭡니까. 그리고 다른 남성이 자신을 선택했지요.
너무나 슬픈 이 아가씨, 산 넘고 바다 건너 도망치기 직전, 추장의 심복들에게 걸려 응분의 댓가를 치뤄야 했습니다. 바로 어둔 동굴에 갇히는 죄였지요. 우리의 이 아가씨는 그 동굴 속에서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며 밤바다 동굴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을 보며 울곤 했습니다.
헌데, 그때서야 그 아가씨가 생각난 못난 추장 아들이 그녀를 찾아 돌아다니다 결국 동굴에 이르게 되었는데, 아가씨는 이미 오래 전에 죽어 버렸고, 그녀의 시신이 있던 자리에 꽃이 한 떨기 피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달맞이꽃'이었지요.
달맞이꽃의 원산지가 남미 칠레이다보니 이 전설이 가장 유력한 근원일 겝니다. 한국에 귀화해서 지금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스에도 이 비슷한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님프nymph는 요정을 의미합니다. 어느 아름다운 님프가 있었는데, 그녀는 별보다는 달을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무심코 '저 별들이 없으면 달을 볼 텐데' 하고 한숨을 지었지요. 그러자 시기심 많은 다른 님프들이 제우스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일러바쳤습니다. 꼭 하는 꼬락서니가 금영이와 영로 같았지요.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그 님프를 아주 멀리 보내버렸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달의 신'은 그녀를 찾아 산 넘고 바다 넘어 정처없이 헤맸습니다. 하지만 번번히 제우스의 방해를 받아 달의 신은 그 님프를 찾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달의 신이 그 님프를 찾았을 때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달의 신은 통곡을 하며 그녀를 묻어 주었지요. 그러자 양심의 가책은 받은 제우스는 그제서야 쬐께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그 님프의 영혼을 꽃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바로 달맞이꽃이었습니다.
달맞이꽃은 흔히 '잡초'로 분류될 정도입니다만, 워낙 환경에 예민하다보니, 저희 시골 동네에서도 많이 사라졌더군요. 하지만 은은히 보름달이 떴을 때 문둥샴(문둥이들이 목욕한다는 금기의 샘)이 있던 둔덕을 사촌 고모들과 걷다 본 달맞이꽃은 참으로 눈부시게 아름답더군요. 아련한 기억입니다. 흐릿하면서도 은은한 자태를 뽐내는. 저도 무척 좋아하는 꽃이지요. 위에 언급한 두 개의 전설 모두 달맞이꽃의 이미지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렬히 연정을 보내는 처녀로 그려낸 건 우연히 아닌가 봅니다. 그 먼 거리를 가로질러서 말이죠.
갑자기 달맞이 꽃이 생각났어요. 말없는 사랑.... 실은 아무한테도 신뢰받지 않아 조용히 묻혀져버린 사랑의 밀어들.
요리 공부하기에도 바쁜 장금이, 가을을 맞아 요새 쬐께 심란허구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