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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질병정보 노출, 에이즈 강제검사, 내무반 소독”

경찰청의 무능하고 호들갑스러운 대응이 에이즈 공포를 강화시켰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의 한 의무경찰이 HIV 양성반응을 통보받은 후 병원으로 긴급 후송 조치되었다는 기사가 5월24일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 감염전파 위험이 전혀 없고 HIV 양성반응이 최종 확진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모를 우려로’ 포장된 공포는 언론을 통해 확산되었다. 경찰청은 당사자와 함께 내무생활을 했던 부대원 강제검사는 물론 내무반 소독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포’를 재생산하는 언론의 태도도 문제지만 무능하고 불법적인 조치를 아무 거리낌 없이 취한 경찰청의 태도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에이즈라는 질병이 한국에서 확인된 지 30년이 지났다. 의경 중에 에이즈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 뭐가 그렇게 큰 문제라고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동료병사들과 함께 생활한 공간은 공포의 공간으로 변했고, 함께 내무생활을 했던 부대원은 개인의 질병정보를 모두 알게 되었다. 진선미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경찰청은 어떻게 기사화되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발뺌하며 검사받는 과정에서 부대원으로부터 흘려 나온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어떤 인간애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당사자가 병원에서 느꼈을 공포와 혼자 남겨질 거라는 두려움이 밀려와 가슴이 아프다. “전 어떻게 되는 거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요?”라고 묻는 그에게 어떤 말로 위로와 용기를 주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HIV 양성반응을 통보받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여유도 없어 병원 후송과 언론보도까지 이어지면서 당사자의 감정은 산산조각 나있는 상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병원 후송이 긴급하게 이루어진 것을 강조하며 경찰청이 취한 후속조치의 정당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행위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하 예방법),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였다. 개인의 질병정보는 민감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당사자는 보건소로부터 HIV양성반응을 통보받고 나서 경찰청 고충처리상담원과 통화하며 자신의 질병정보와 소속부대를 이야기했다. 마치 고충을 해결해줄 것처럼 상담이 진행되었지만 하루아침에 부대원 모두가 아는 결과로 이어져 고충해결은커녕 고통을 선물했다.

 

예방법 제10조에 의하면 역학조사는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감염인 및 감염이 의심되는 충분한 사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관한 검진이나 전파 경로 파악을 진행할 수 있다. 경찰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부대원에 행해진 강제검사 역시 문제다. 누군가 감염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는 망상일 뿐 에이즈 검사를 모두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어질 수 없다. 자발성도 결여되었고 의무적으로 진행되었을 검사과정에서 당사자의 신분과 질병은 자연스럽게 유출되었다. 검사 전후 진행되어야 할 상담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경찰청의 자의적인 판단과 지나친 과잉대응으로 만들어진 차별과 인권침해로 인해 당사자의 오늘은 악몽일 뿐이다.

 

이번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에이즈 공포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다수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 앞에 잠재적 가해자로서 낙인찍힌 감염인의 현실은 너무 무겁기만 하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는 당사자의 안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경찰청의 무능한 태도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당사자는 현재 더 이상 개인의 질병정보는 노출되지 않길 바란다. 안정을 조금씩 찾아가는 지금 경찰청은 당사자의 심적 고통을 자극하는 그 어떤 요구도 하지 말아야 한다. 왜곡된 인식과 차별적 행정조치가 낳은 끔찍한 비극에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가진고 있다면 당사자의 안정을 보장하고 개인정보 노출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즉각 내 놓아야 한다.

 

2016년 5월25일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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