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모가 내일 모인다.
2003년 이라크 파병 관련하여 '전쟁에 반대하는 이쁜이들의 모임'으로시작한 '반이모'가 올해로 10년 째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이쁜이들의 모임'으로 올해 컴백한다.
왜 굳이 성소수자들이 무지개 깃발들고 이런 집회에 가야하나 하고 생각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장 집회에서 느끼는 그 힘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었고, 그것으로 고민하는 것도 많으니. 사안에 따라 결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집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운동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이런 위기감은 무엇일까. 패배감일까. 무엇인가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투정일까.
같이 모여 풀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다.
주말에 종로나 이태원에 가면 알게 모르게 흐르는 공기가 있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묘한 그 공기.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나는 그 묘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
집회는 또 다른 만남의 장소다. 저 마다 풀고 싶은 넋두리가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풀지 못한 이루지 못한 과제들에 대한 아쉬움.
주위 사람들에게 건네지 못한 속 마음.
이런 속마음이 내일 집회의 주제와 다르더라도, 표면적으로 모이는 이유는 하나라고 하더라도
내가 내일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지개 깃발이 모이는 그 속마음 속에는 하나만이 아니라고 본다.
나는 내일 그런 이야기들을 집회에서 풀고 싶다.
클럽이나 포차에서도 말하지 못했던, 풀지 못한 고민들을 내일 같이 한 사람들과 큰 함성으로, 또렷한 눈빛으로 내일 같이 하고 싶다.
이것은 말로서가 아니라 촛불로, 함께 잡은 손으로도 가능하다.
몸이 춥지만 마음이 추운 것은 더 참을 수 없는 것이 그래서다. 올해가 가기전에 우리 기운 내어 한 번 풀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