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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전 20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두서없이 쓰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전 흔히 말하는 모태솔로입니다.

연애에 관심도 별로 없고 연애를 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죠.

여기서부터 제 고민이 시작되요.

 

음. 일단 저에 대해 좀 솔직하게 까발려보죠.

 전 어렸을때부터 제가 성적인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어요. 성적인(sexual) 사람이라고 할게요.

한 4살쯤부터 자위를 시작했건 것 같아요. 충격적인가요? 연구 결과에 의하면 태아도 자위를 한다는데요 뭐.

암튼, 섹스가 뭔지 알 리가 없는 나이에 시작해서....섹스가 뭔지 알고 나서는 성적인 상상들도 동반되곤 했어요.

그 상상속에선 남자와 여자가 나왔기에, 어린 나이의 저는 제가 당연히 이성애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그 상상 속의 여자가 저 자신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상상속의 주인공들은 제가 좋아하는(섹시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배우,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 배우였는데요,

이제 보니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을 저 대신 상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초등학생정도?까진 같은 반 남자애를 좋아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귀엽고 예쁜 같은 반 여자친구를 좋아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여자애들은 스킨쉽도 쉽게 하고 남자들이랑은 좀 다른 애착을 형성하는 편이니까 그러려니 넘겼죠.

하지만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하면서까지도 다른 남자를 진지하게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보통 고등학생쯤 되면 '대학가면 소개팅도 많이 하고 남친도 사겨야지~'뭐 이런 로망같은거 있잖아요?

.....전 그런게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학교 이런 곳에서 만난 남자들과는 말도 별로 안통하고...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 적 없고요.

처음엔 내가 눈이 높나?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나? 내가 그 '철벽녀'인가?싶기도 했고

여고 여대도 나오고 애초에 대인관계가 넓지 않으니 사귈 기회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싶었어요.

하지만 성욕도 있고, 누군가와 섹스 뿐 아니라 깊은 대화와 공감을 나눠보곤싶었죠. 왜 안그렇겠어요 저도 사람인데.

 

이런 와중에 한 1년 사이에 두 번의 꿈을 꾼 적이 있는데요.

한 번는 제가 평소에 참 귀엽고 야무지다고 생각하는 제 또래의 여배우가,

한 번은 제가 좋아하는 밴드의 여가수가 나왔어요.

여배우와는 함께 기차여행을 하면서 얘기도 나누고, 스킨쉽을 하다가 키스를 했어요. 근데 그 꿈 속에서 저는 제 자신의 모습이었고, 또 스킨쉽 하는게 참 두근두근 기분 좋고 설렜던 기억이 나요. 키스하는 순간엔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 이러고 싶다. 멈추고 싶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꿈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을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나요.

두 번째 꿈에서는 그 여가수와 제가 햇볕 잘 드는 방에 그냥 누워서 손 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그때도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제 스스로의 모습이었고, 그렇게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 나눴던게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 두 꿈을 꾸고 나서야 아....이게 뭐지? 왜 이런 꿈을 꾼거지? 하는, 약간의 충격이자 

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어떤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이제 제 친구들 가운데 모태솔로는 저만 남은데다, 나이도 20대 중반이 되니 슬슬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전 정말 단 한 번도 '남편'이 있는 제 미래를 상상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는 제 모습도 상상되지 않아요.

남자와 있는 제 모습은 상상이 되질 않아요.

그런데 약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를 상상하면/혹은 보면 , 그 사람과 있는 제 모습도 자연스레 그려지고,

그런 사람과 친해지고 싶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제가 성적인(sexual)한 사람이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섹시한 남자와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흥분되기도 해요.

근데 그 여자의 자리에 저를 상상하면 이상해요. 남자를 만지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여자는....손도 잡고 싶고 안아보고 싶고 그런 것 같아요. 옆에 앉아서 술도 마시고 싶고.

남자와 데이트 하는 제 모습은 상상되지 않아요. 그냥 안 어울려요.

근데 여자와 날 좋을 때 멋진 곳 구경가고, 맛있는것도 먹고, 그런건 하고싶어요.

영화 '매직 마이크'에서 근육질의 미남 배우들이 옷을 벗으며 춤추는 모습은 재밌을 뿐이지 별로 흥분되진 않는데

섹시한 여자들이 추는 춤은 저를 빠져들게 하는 것 같아요.

 

카페나 미용실, 백화점 같은, 서비스를 받는 장소에서도 남자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주는거보다 여자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줄 때가 훨씬 기분이 좋아요.

남자들한테보다 여자들한테 위트있고 재미있는 사람이고 싶고, 예뻐보이고 싶어요.

 

 

사실 그동안은 그냥 제가 남자에 별로 관심 없다고만 치부해버린 것 같아요.

근데 어떤 친밀함은 느끼고 싶고 섹스도 하고 싶으니 그게 고민이었죠. 그렇게 고민에 고민하다가 최근에 갑자기 밀려드는 이러 저러한 깨달음들...(위에 쓴 내용들이요)

 

저는 뭘까요?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그것도 아니면 모태솔로 20대 중반의 정신적 위기?

어렵네요.

 

아주 친한 친구에겐 이런 얘기들을 이렇게 자세히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얘기해봤어요.

그 친구는 남자도 안만나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며 남자나 만나라고 반쯤 농담, 반쯤 진담으로 그러더라고요.

하지만...정말 왠지 남자와 저는 뭔가 상상이 안되요.

 

 

어디다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고, 조언도 구해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왔네요.

성정체성으로 고민하셨던 분들, 고민중이신 분들이 있는 곳이니 좀 더 열린 조언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남깁니다.

별로 부끄러울 것도 없고, 다양한 의견 혹은 조언들을 들어보고 싶어서 공개글로 남겨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낙타 2013-05-08 오전 01:37

안녕하세요, LANA님
우선 밝히기 힘든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솔직하게 적어주신 점에 있어서
감사의 말씀과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LANA님의 고민을 요약해보자면 아직 확립되지 못한 자신의 성정체성에 관한 혼란스러움 정도의
의미로 받아 들이고 저의 짧은 의견을 적어보겠습니다.

일단 먼저 해드릴 말은, 자기 자신과 그 삶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되짚어보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개인의 성정체성과는 관련없이 매우 중요한 일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들에 의해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또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LANA님은 굉장히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거라 생각합니다.

한 개인이 성정체성을 확립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긴 시간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또 묻고 물어야 합니다. 혹, 나의 성정체성이 다수와 다르다고 하여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거나 회피하며 타인의 조언이나 경험, 검증되지 않은 정보등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여 합리화 시키는 이런 행동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는데에 올바르지 못한 방법이라 미리 말씀드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일말의 고민없이 그냥 사회에서 교육받은 대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는 반면에 아주 뒤늦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아주 이른 시기에 고민의 과정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러한 고민은 사람마다 다르고 또 결국은 개인적인 작은 의문에서 시작하여 긴 시간동안의 성찰끝에 찾는 것임을 그리하여 긴 시간 자신의 내면에 집중 하시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얻어지는 다양한 성정체성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고 또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다수와 다른 정체성을 지녔다 하여 상심하지 마시고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또한 내면에 있는 동성애 혐오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LANA님이 원하는 또 추구하는 삶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고, 친구사이는 늘 열려있으니 고민이 있으실때는
언제든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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