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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현재 대학교 휴학 중인 25살 여자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아직 남자지만요.

 제가 처음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을 때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정도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마치 뭔가에 홀린듯이 엄마 수영복을 입고 자위를 하는 걸로 시작을 했어요. 그러다가 점점 속옷, 치마 등 점점 여장 범위를 늘려가면서 자위를 했었는데 한 고등학교 한창 다닐 무렵인가, 언젠가부터 제가 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언젠가부터 성적 욕구 충족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여장하는 거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지더니 이제는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여장하고 지내요. 지금 이 글도 여장한 채로 쓰고 있고요. 멋진 남자들 보면 막 흥분도 되고 남자랑 자고 싶어요. 그리고 자위도 안하게 되고 대신 항문으로 자위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 전 제 몸이 너무 싫어요. 얼른 가슴이 크게 나오고 싶고 떳떳하게 여자답게 지내고 싶은데 집에서 너무 반대를 하세요. 커밍아웃 어머니께 한번 해봤는데 완전 박살이 났어요. 어머니께서 너무 질색을 하시면서 반대를 하시길래 흐지부지되고...지금 집에서 눈치라도 챌까봐 정신과도 못 가보고 있어요.

 처음엔 네 외모에 무슨 여자냐 같은 식으로 자기세뇌도 해보고 했는데 그걸로 될 게 역시 아니더라고요.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이대로는 못 살 거 같아요. 이대로 남자 몸으로 사느니 차라리 자살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설득하거나 하다못해 성공적인 성전환을 마치고 어엿한 여자로서 살 수 있을까요? 지금 제 생각에는  집에서 너무 반대를 하니 커밍해서는 좋은 결과를 못 얻을 거 같고 몰래 호르몬 투여랑 성전환을 진행하고서 어엿한 여자로 몰래 거듭나고서 그때 가서 부모님께 커밍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이제 더는 못 참겠어요. 어떻게 해야 빨리 여자가 될 수 있을까요? 도와주세요. ㅠㅠ

박재경 2013-05-29 오전 02:52

안녕 하세요. 미디님 반갑습니다.
혼자서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을 텐데 가장 먼저 위로를 전합니다.
또 진실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진지한 삶의 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질문의 요지는 성별정체성이 여성인데 진실한 자아를 찾고 신체와 정신적 일치감을 얻기 위해서 성전환을 위해서 의료적 조치를 하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또 이런 자신을 가족 특히 부모님께 이해받고 싶은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답변에 앞서 제가 게이이고 님의 상황들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드릴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성별 정체성을 긍정하는 방식과 과정은 사람마다 다양 합니다.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트랜스젠더로 긍정하신 분들을 몇 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의학적 조치를 하지 않지만 자신을 긍정하고 잘 살아가시는 분도 있었고
또 어떤 분들은 말씀 하신 것처럼 호르몬 등 치료와 성전환 수술 등 의료적 조치를 다양한 범위와 수준으로 하는 분들도 뵌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성별 정체성을 긍정하고 신체적, 정신적 일치감을 얻기 위해서 의료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접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단체의 홈페이지 하단에 “ 트랜스 로드맵” 이라는 배너가 있습니다.

그 배너를 클릭하시거나 http://transroadmap.net 이 링크를 클릭하시면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MTF 트랜스젠더 카페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고 동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셋째, 님을 둘러싼 고민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별개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에게 커밍아웃하고 성전환을 하고 싶다는 부분을 동시에 해결하다보니 가족의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고 부모님께 의존해 있는 지금 상태에서 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넷째, 가족에게 이해를 구하는 방법은 솔직하고 진실한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님이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족들에게도 그 만큼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 특히 부모님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배려 받고 싶다면 님 또한 부모님의 걱정과 불안을 배려하고 대화로써 부모님의 마음을
공감하도록 노력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 자매.형제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성정체성을 발견해 내기 위해서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어 온 사람들입니다.
편견과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스스로의 진실한 자기를 발견해 낸 다는 것은 매우 놀랍고 경이로운 삶의 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그 만큼 강하고 단단한 존재 이라는 것입니다.
LGBT 자매.형제들은 이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성정체성 역시 충분히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의 고민 때문에 미래의 삶의 꿈을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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