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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보통 남자입니다


요즘 하도 여러 생각들에 답답해서 이런곳을 찾아 하소연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글이라도 올리네요


지금까지 많은 여자와 성관계를 맺었고

여자의 야한 모습을 보거나 하면 자연스레 흥분되는 보통 이성애자 입니다



근데 요즘들어 밤마도 잊고 있던 기억이 자꾸 생각나더군요


저는 옛날부터 동성애 이성애에 대해 비교적 편견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동성애자를 실제로 본적은 없습니다)


그러던중 20살때 필리핀에 갔다가 술에 곤히 취했던 적이 있었고

같이 술을 먹었던 현지 남자에게 모텔로 업혀가 관계를 맺을뻔 했던적이 있습니다.

원래 그 현지남자랑 친분이 있었고 이미 그 남자가 동성애자였던것은 은근슬쩍 알고 있었던데다가, 평소부터 저를 노리고 있었던것을 알고 있어서

나는 정상적인 이성애자임을 밝히고 거부했습니다.

그 현지남자도 좀 더 매달리더니 포기하더군요.

그때 제 기분은 좀..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아무래도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 이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왠지 호기심도 나고 좀 그랬습니다

그래도. 그냥 스스로를 놓아버리면 왠지 돌이킬수없는 강을 건너는 기분에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얼마안가 잊혀졌고

저랑 동성애는 별 관계없이 쭉 흘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요즘입니다


사실 요즘이라기도 하기 뭐한게 예전에도 가끔 생각이 나긴 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그 생각이 심해진다는게 문제입니다


남자랑 관계가 맺고 싶네요 (사실 쓰면서도 제가 좀 꺼림칙하긴 합니다)

밤마다 자꾸 그 상상을 하게 되고,

물론 그 생각으로 자위같은것을 해본적도 없지만

아무튼.. 요즘 자꾸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근데 이게 단순한 호기심때문에 이런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에 분명히 동성 성관계에 거부감이 들어 거부했던 적이 있는것을 보면 말이죠


근데 그렇기도 뭐한게

여자랑 관계를 맺은지도 좀 오래됐고

야동같은 뭐라해야하나.. 섹슈얼컨텐츠? 를 보고, 그것으로 자위를 한 지도 오래됐습니다

무슨 계기가 있어서 안한건 아니고

동성애에 대한 생각이 자꾸 나면서 그런 것들이 그렇게 과거만큼 끌리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성애에 대한 욕구는 여전합니다. 다만 과거처럼 언제나 성적으로 무척 흥분되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여기에 올려서 무슨 기가막힌 해결책과 답변을 바라는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문제고 제가 스스로 판단해서 결론짓지 않으면 안되는거니까요


그래도 뭔가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이곳에 이렇게 글을 올리네요

낙타 2013-03-15 오후 23:40

안녕하세요 EEEEEEE님 
누구에게도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이렇게 고백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일단, 님의 고민글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님의 고민에 짧은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한 개인의 성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동성애자 남성과 자고 싶다는 호기심은 다른 것 입니다. 
물론 자신의 성정체성에 고민을 하는 동성애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정체화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동성애 혐오적인 사고로 인해서 오는 괴리감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님의 글에서는 다른 커뮤니티의 질문자들의 고민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존재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성정체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어떤 경험에 의해, 한번에 바뀔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오랜시간 꾸준하고 지속적인 자기 성찰에 의해 결정되어 지는 것이죠. 님이 글에도 쓰셨듯이 지금의 이런 감정들이 단순히 호기심에서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감정들인지부터 내면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이 됩니다.  

또 한가지 더 말씀을 드리면,  자신의 성정체성을 타인과 관계를 통해 찾으려는 일련의 행동 또한 매우 비합리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답변이 충분하진 않겠지만, 님의 고민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님이 고민글에서도 말씀하셨듯이 문제의 답은 모두 자기안에 있습니다. 
어떠한 결정을 하시든, 행운이 따르길 빌겠습니다.
또 앞으로도, 성소수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하루 보내세요 :)  

박재경 2013-03-16 오전 02:03

안녕 하세요. EEEEEEE님 반갑습니다.

님의 고민에 대해서 낙타님이 답 글을 잘 달아 주셔서 저는 추가적인 내용만 언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울러 님의 고민의 깊이와 삶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충분한 조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 너그럽게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의 요지는 성별정체성이 남성이고, 성적지향이 이성애자여서 성정체성을 스스로 이성애자라고 판단하고 살아오고 있었는데 최근에 생물학적 성이 같은 사람과 성관계를 하는 환상에 젖어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몇 가지 지점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성적행위를 근거로 혹은 중심으로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모든 시도와 판단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성정체성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이성애자 등 다양하며 이 모든 성정체성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고 축복을 받아야 합니다.
동성애자는 생물학적 성이 같은 사람에게 감정적, 성적으로, 영적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며 사랑함을 의미하며 일부 커뮤니티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성적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정체화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즉 성적행위를 근거로 성정체성을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며 우리의 성정체성이 무엇이고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아는 것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성찰과 자기 관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제대로 발견하고 싶다면 “ 자기성찰”를 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주변에서 동성애자를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라는 님의 고백은 실제로 없었을 수도 있지만 주변에 있던 성소수자들에게 님이 그 만큼 안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적어주신 글에서도 편견이 비교적 없다고 하셨지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님의 감정이 읽혀지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책들을 읽어보시면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Coming Out From The Closet(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었을 때, 김준자 지음)
- 게이컬쳐홀릭( 친절한 게이문화 안내서, 친구사이 지음)
- 3XFTM ( 연분홍 치마 지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보와 지식은 무엇이 동성애 혐오인지 알게 도와주고 님이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님의 내면이 무엇이고 어떤 존재인지 저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습니다.
성정체성은 스스로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이면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안다는 것은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필요한 질문이고 진정한 앎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나의 말과 행동과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말할까에 온통 신경을 쓰면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기보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에 맞추어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삶을 산다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탐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일 뿐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내면의 진실을 찾아내고 발견하는 과정을 걷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편견과 억압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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