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다른 동성애자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동성애자인 자녀에게 묻기 곤란했던 것을 질문할 수 있어서 좋아요
부모로서 자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아이의 형제들이 무심할 때 배신감을
느껴요
- 성소수자 가족모임 참석자들
모임에 관심이 있거나 참석을 원하시는 경우 사무국으로 문의를 해 주십시오.
전화 번호 : 02-745-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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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성소수자 가족모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가족 한 분이 성소수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이 분은 남성 동성애자 분의 누님입니다.
동생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쓰려니 어떻게 써야 할지 막힌다 ^^
그래… 밥은 먹고 다니니?? haha
네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한 게 언제인지 생각해보려는데 기억이 안 나더라.
언제부터였는지 지난 일기장을 열어 봤는데, 웃음이 나왔어.
2008년 일기에 네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한 날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우리 가족의 삶이 끝날 거라고 심각하게 적혀 있는데, 이제는 무뎌지고 무뎌지나보다.
무뎌진다는 것이 덮고서 더 이상 생각을 꺼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널 인정하고, 너와 같은 동성애자들에 대해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모르고 있던 걸 차츰 깨닫게 되면서, 그 때 당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충격적 사건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된 거 같아.
너의 고백을 처음 들었을 땐 누가 내 뒤통수를 심하게 때린 거같았어.
처음 겪어보는 일이고,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누군가가 가르쳐준 적도 알려준 적도 없으니까 황당했어.
네가 미친 게 아닐까, 정신 병원에 가서 격리 치료를 시켜야 하나 생각했단다 ^^;;
붕괴된 멘탈을 추스르고 조금이라도 배운 인간(?)답게 학교 도서관에 갔었어~ haha
동성애에 대한 책과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지금 내게 벌어진 황당한 사건(?)을 내 딴엔 정리해보겠다고 책을 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 평생에 그렇게 집중해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게 불가사의하다. Haha
동성애가 성 도착증이 아니고 정신병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두 가지 마음이 들더라.
‘아~ 내 동생이 미친 건 아니구나. 근데 병이 아니니 고칠 수가 없구나…’
안도감과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어
‘병이 아니라 다행인데, 차라리 병이면 비정상적인 것을 고치면 되는데… 얘를 어쩌나…’
1주일 동안 생각하고 생각해 내린 결론은 네가 내 동생이고 우리 가족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거였어.
누구의 아들, 누구의 동생이란 타이틀에 ‘동성애자’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은 것뿐이라고. 동성애가 정신병도 아니고 사회, 윤리든 종교든 어떤 것으로도 동성애자란 이유로 널 정죄할 수 없다는 거야.
이런 결론이 널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다시 내 동생으로 볼 수 있게 했지만, 머리로 내린 결론이 마음과 행동으론 잘 이어지지 않더라.
너의 요청으로 가족 모임에 참석했을 때 거부감이 들었어.
‘내가 이렇게까지 이해했음 됐지, 왜 직접 만나기까지 해야 하는 거야?’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거리 다음으로 마음에서 발로 가는 거리가 가장 멀다는 말이 맞더라.
첫 모임 때 혼자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에 대해 안다는 게 두려웠고, 굳이 이성애자인 내가 알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어.
그런데 나가서 보니 생각지도 못한 걸 알게 되더라.
너와 같은 사람이 많고 나와 같은 가족이 있다는 거, 소수이지만 보편적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동성애자 본인과 동생애자를 가족으로 둔 부모님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널 인정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너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어.
새롭게 만들어질지 모르는 가족 관계에서나 교우 관계에서 동성애자인 널 감춰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거든.
다수를 위해서 너 하나 희생해야 된다고 말이야.
참 사람이란 게 자기 중심적으로 인정하고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같아.
모임과 G-Voice 공연을 통해 내가 느낀 건 ‘불쌍한 동생’에서 ‘부러운 사람’으로 널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거야.
(그리 오래 산 거는 아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사람 눈을 더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날 감추고 살 때가 많은데,
당당히 나는 누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군가의 눈초리, 기대가 아니라 자신을 떳떳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럽더라.
‘동성애자라 불쌍한 동생’이 아니라 부럽고 ‘떳떳한 사람’으로 보이더라.
G-Voice 공연 때의 모습처럼 앞으로도 성 정체성뿐만 아니라 네 삶에서 떳떳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 당시엔 너의 커밍아웃으로 세상이 끝날 거같고 엄마가 충격으로 병원에 실려 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세상은 네가 커밍아웃을 하든 말든 흘러가고, 갈등은 있었지만 널 감싸 안으신 엄마를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는 정말 위대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 haha
우리 인생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전부인 거같지만, 지나보니 전부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과정인 거같다.
단 그 과정을 이해하는 데 너도 가족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걸리고 있고, 걸릴 거야.
그래도 말이야, 혹여 이것이 힘들게 해도 인내하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너의 삶이 누군가에겐 부러움이고 용기가 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동생아, 힘들었던 것만큼 견고해진다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항상 널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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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불쌍한 동생'에서 '부러운 사람'으로라는 말씀에 가슴이 찡하네요.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글 쓰신 분, 동생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모두 굳건히 이겨내실 거예요.
다른 게 틀린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실천하기가 어려운 만큼, 가족 모임 여러분이 진정 존경스럽고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