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이들의 용기 있는 행보에 진심 어린 갈채를 주지 못한다. 최근 장채원, 김지후 씨 등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던 연예인들이 잇따른 자살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미성숙함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악플과 조소, 가족의 냉담한 외면을 모두 감내해야 하는 이들은 매일 이 사회와, 그리고 힘겨워 하는 자신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4월 ‘선거 1번지’ 종로에 ‘커밍아웃’ 후보로 뛰어든 바 있는 최현숙 현 진보신당 성(性)정치위원회 위원장. 동성애자임을 당당하게 밝혀 정치권은 물론, 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던 최 위원장이기에 최근 ‘커밍아웃’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이 누구보다 안타깝다.
최 위원장은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족과 사회의 거부반응을 항상 겪게 된다”며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성소수자가 감내해야 할 사회과 가족의 편견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숨진 채 발견된 김지후 씨 역시 ‘커밍아웃’한 이후 가족의 냉담한 외면을 받아야 했다. 가족들은 김씨가 연예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좀 더 당당해지고자 커밍아웃을 외치지만 그 만큼 받게 되는 압박감도 커지기 마련. 당당해지는 자신과 더욱 고통받는 자신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야 하는 ‘이중성’이 커밍아웃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 위원장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커밍아웃이 폄하되거나 위축 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건 이미 그 전에 상상할 수 없을 내면적 고통을 각오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편견과 압박감 속에서도 당당히 커밍아웃을 하는 이들에겐 비난이 아닌 뜨거운 지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고인의 미니홈피에 순식간에 19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방문했지만 어김없이 수많은 악플이 게시판을 도배했고 결국 미니홈피는 지난 9일 폐쇄됐다. 커밍아웃의 힘겨운 용기에 따뜻한 위로와 갈채가 절실하다는 최 위원장의 말이 더욱 시급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이종헌 회원관리팀장은 “김지후 씨나 장채원 씨의 자살은 다른 자살과 성격이 다르다”며 “사회에서 수용되지 못한 아픔이 담겨 있는 자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성적소수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라며 “차별금지법에도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삭제 되는 등 정치권부터 성소수자 인권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인권센터 대표는 “연예인으로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인식은 그나마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친구로서, 동료로서 성소수자는 외면받고 있다”며 “성소수자단체가 함께 행동해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수ㆍ황혜진 기자(dlcw@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