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다음달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서울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리는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는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영화축제. 여성을 중심에 놓은 영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29개국 10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총 7개 섹션에 이름을 올린 상영작 리스트엔 인종과 국적, 연령, 성(젠더) 등으로 분류되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많다. 개막작은 브라질 출신 타타 아마랄 감독의 ‘안토니아’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변두리에서 힙합밴드를 결성한 4명의 흑인 소녀를 통해 여성에게만 거친 현실을 얘기하는 작품. 2006년 상파울루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12개국 26편의 영화가 소개되는 ‘새로운 물결’ 섹션은 최근 1, 2년간 제작된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한다. “실종과 죽음 등 상실의 테마를 다룬 작품,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이 처한 조건과 위치를 탐구하는 영화들이 눈에 띈다”는 게 영화제측의 설명.
지난해 감독 특별전을 통해 소개됐던 베라 히틸로바 감독(‘대책 없는 인생’)과 타흐미네 밀라니(‘연애열전’) 등 중견 감독들의 최신작이 상영되고 ‘그림자로 살다’(마리나 스파다), ‘탄중말림의 나무 한 그루’(탄 취 무이) 등도 눈길을 끈다. ‘동백아가씨’(박정숙), ‘착한 아이’(강혜연), ‘펀치 스트라이크’(유은정) 등 한국 감독들의 작품도 관객들을 만난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 소수자, 여성의 삶과 소통이라는 주제가 여러 섹션을 통해 선보인다. ‘이주여성 특별전: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섹션은 외국인 이주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10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청소녀 특별전:걸즈 온 필름’ 섹션은 10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영화들만 모았다.
‘화끈거리는’, ‘사랑하는 애너벨’ 등 성적 정체성을 찾는 10대들을 그린 작품이나 ‘8월 이야기’ 같이 10대들의 성장통을 그린 극영화도 주목해 볼 만하다.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을 주인공으로 한 섹션인 ‘퀴어 레인보우’에도 12개국에서 출품된 16편이 상영된다. ‘지포’, ‘이티비티티티 위원회’ 등이 추천작.
헝가리 출신의 여성 감독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 특별전도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메자로스 감독은 50년간 70여편을 연출한 세계적 작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입양’(1975), ‘내 사랑의 일기’(1987) 등 5편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한다.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경선’엔 5개국 17편이 올라 있다. 이들 작품 가운데 수상한 작품은 12일 열릴 폐막식에서 상영된다. ‘쾌걸여담(쾌Girl - 女담)’이라는 이름의 토크 프로그램에선 개막작 ‘안토니아’의 타타 아마랄 감독 등이 관객들을 만나며, 영화 보는 재미를 돋우는 공연들도 마련돼 있다. www.wffis.or.kr, 02-583-3598~9
강연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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