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공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버지니아주의 두 교회가 17일 게이(남성 동성애자) 주교 임명에 반발하여 탈퇴를 선언해 성공회 교회 분열이 예상되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또 다른 군소 교회 5곳도 이날 탈퇴를 결정하고, 이미 탈퇴한 다른 4개 교회와 행동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다른 군소 교회 3곳도 이 같은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보여 교회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버지니아주의 양대 교구로 꼽히는 폴스교회와 트루로교회는 지난 한 주간 신도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미 성공회에서 분리 독립해 모든 재산을 소유하겠다는 결정이 90% 이상의 찬성을 얻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두 교회의 이 같은 결정은 미 성공회가 2003년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을 뉴햄프셔주교로 서품한 데 대한 반발이다.
두 교회는 영국 성공회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대교구의 피터 아키놀라 대주교가 이끄는 보수 성향 교파에 가세하기로 결정했다. 동성애 반대론자로 유명한 아키놀라 대주교는 미 성공회의 동성애 수용을 “교회에 대한 사탄의 공격”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미 성공회를 영국 성공회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 성공회의 버지니아교구는 두 교회가 보유 중인 2700만달러(약 250억원)의 재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앞으로 교회 재산 다툼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표는 미 성공회 내분이 심해지고 있는 단적인 증거라고 미 언론이 분석했다. 미 성공회는 2003년 로빈슨을 주교로 서품해 국내외 보수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지난달 미 성공회의 첫 여성 수좌주교로 취임한 캐서린 제퍼츠 쇼리 수좌주교가 로빈슨 주교를 지지하자 일부 교회는 수좌주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icykar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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