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KBS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방송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지난 12월 5일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 취재파일 4321 의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편은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과 양식을 져버린 최악의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공정과 균형’을 특징으로 한다고 명시한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소개가 무색할 정도로 동성애 혐오적인 내용으로 가득했으며 담당기자 혹은 제작진들이 ‘나는 호모포비아입니다.’를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우선 취재파일 4321은 검증되지 않은 과장되고 허위인 내용을 사실인양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은 동성애 혐오 및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단체들이 낸 어느 일간지 전면 광고의 관련 당사자를 내세워 동성애의 실상 운운하며 그의 의견이 모두 사실인양 포장하는 데 할애했다. 더군다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게이사이트 취재, 찜방 잡임 취재 등 극단적인 선정적 방법을 사용하여 동성애의 이해와는 전혀 상관없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여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동성애는 치유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요나 목사의 주관적 견해를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싣는 과오를 범했다. 동성애가 질환이거나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동성애는 오래전 정신질환목록에서 삭제되었을 뿐 아니라,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는 이른바 '전환치료'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취재파일 4321의 오류는 동성애에 관련한 지금의 논란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없이, 표피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방송함으로써,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를 십 수 년 전 수준으로 후퇴시켜버린 것이다. 사실 보수 기독교 단체나 보수적 동성애혐오집단들의 주장에는 군형법 92조가 왜 위헌인지, 일반법인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군형법 92조는 "군인의 사적인 동성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혐오집단은 군형법 92조가 위헌판결이 나면 군대 내 동성애가 허용되는 것이라고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다른 부분의 차별은 모두 삭제시켜버린 채 동성애차별금지법으로 잘못 이름 짓거나 오히려 동성애혐오집단 처벌법인 것처럼 둔갑시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명백한 허위 사실을 바로잡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무리의 불순한 의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의 의무이다. 그러나 취재파일 4321은 이러한 범죄에 가까운 혐오집단의 행위와 피해자인 성소수자들의 입장을 동성애에 대한 허용과 반대 측의 논쟁과 대립구도처럼 그리며 동성애자들의 지금까지의 인권운동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방송 중 멘트에서 ‘동성애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라는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동성애를 질병처럼 묘사하여 성소수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몇 주 전 제작진은 친구사이를 비롯한 여러 곳의 성소수자인권단체에 이 방송을 위한 취재나 인터뷰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이 보낸 문서에는 “해묵은 동성애 찬반 논란을 떠나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사회에서 포용하고, 사회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될 것입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제작진은 구체적인 내용과 취재사항을 묻는 인권단체의 질문에 대해서는 반인권적이고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했으며 결국 많은 단체들이 이 프로그램의 협조요청에 응할 수 없었다. 12월 5일 방송된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동성애자들의 인권’ 운운했던 제작의도가 애당초 진정성을 담고 있기나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KBS 취재파일 4321의 이러한 보도 취재에 대해 심각하게 유감을 표명한다. 우리는 KBS 취재파일 4321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해당 방송에 대해 즉각 공개사과 하기 바란다. 또한 해당방송 웹싸이트의 VOD 다시보기 서비스중지와 정정보도를 강력히 요구하며, 해당 제작진에 대한 인권교육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2010년 12월 7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