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인 딸을 격려한다”
트랜스젠더, 동성애자의 가족을 위한 포럼 열려
김영선 기자
2007-09-03 22:47:14
1일 광화문 영상미디액트에서는 동성애자의 어머니, 언니, 친구,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동생 등 ‘성 소수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한국에서 성적소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가족들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일본의 ‘LGBT의 가족과 친구를 잇는 모임’ 회원 오츠치 타카코씨도 초대받아 참석했다. LGBT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칭한다.
동생이 내게 커밍아웃했을 때…
김현정씨는 동성애자의 언니로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김씨는 “처음 동생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동성애를 받아들였다기보다 “동성애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다. 사회가 얼마나 이성애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동성애자에 대한 비난의 손가락질이 얼마나 심한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
김현정씨는 “동성애자의 삶을 조금 더 가깝게 느낀 것은 동생으로부터가 아니라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차 영화 속 멋진 동성애자들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성애자들은 특이한 존재가 아니라 그냥 우리들 중 ‘누구나’ 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반검열 1>, <이반검열 2> 등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10대 레즈비언 ‘천재’씨의 어머니 김정숙씨도 자신의 사례를 발표했다. 김씨는 지난 서울여성영화제에서도 영화상영 후 출연진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딸 ‘천재’씨에게 사랑과 지지를 표현해 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김정숙씨는 “부모에게 평생 비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면서, 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며 “용기를 내보라”고 했다. 김현정씨도 ‘남이니까 쉽게 말하지, 네 가족이라고 생각해봐라’ 하며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시선도 있지만,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가족, 친척들과의 관계에 어려움 겪어
트랜스젠더 남성(Female to Male)의 동생인 김지영씨는 “아직도 친척들 앞에서는 ‘오빠’라는 호칭 대신 ‘언니’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오빠가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밝힐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친척들 앞에서 그렇게 불렀다가 친척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트랜스젠더 오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가족들이나 친척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레즈비언 동생을 둔 김현정씨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친구들에게 동생이 사귀는 애인이 남자가 아닌 동성의 상대라는 점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설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친구는 내 동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만약 말을 하면 동생이 원하지 않은 ‘아우팅’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라고 한다. “그런 일을 겪으면, (내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은 동생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레즈비언의 어머니라고 밝힌 다른 한 분은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위축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 딸은 여자 좋아한대’라고 말하는 편”이라고 했다. “죄스럽고 창피하게 말하거나 심각하게 이야기하면, 상대도 그렇게 받아들인다”며, “다른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본 ‘LGBT의 가족과 친구를 잇는 모임’
‘LGBT의 가족과 친구를 잇는 모임’ 회원인 오츠치 타카코씨는 일본 소식을 전해줬다. 그는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고 오사카 부 의회 의원직을 맡은 바 있는 오츠치 카나코씨의 어머니다. 6년 전 딸의 커밍아웃을 들었을 당시만 해도 “이성애자만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딸의 커밍아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딸과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으며 2년 이상 살았다.”
하지만 딸 오츠치 카나코씨가 2005년 8월 출간한 <커밍아웃, 자신다움을 찾는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어머니 오츠치 타카코씨도 변화하게 되었다. 그는 “딸이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인정하기까지 수년 동안 괴로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딸을 응원하고 지지하게 되었다는 것.
그러던 중 “동성애자들은 자신과 같은 동료를 만나는 일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동성애자의) 부모와 친구들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오츠치 타카코씨는 딸을 통해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와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4명의 부모가 뜻을 모아 발족한 단체가 ‘LGBT의 가족과 친구를 잇는 모임’이다.
레즈비언 정치인인 오츠치 카나코씨는 “내가 정치가가 되자 어머니의 친구와 이웃들이 모두 기뻐했지만, 내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는 모두 침묵했다. 동성애자는 커밍아웃을 통해 벽장 밖으로 나오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벽장 속으로 들어가 갇히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은 서로의 상황과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선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열고, 정보 교환과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게이 레즈비언 퍼레이드에 30여 명의 회원들이 참가하고 있다. 오츠치 타카코씨는 “1, 2개월에 한번 정도라도 좋으니 함께 모임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모임이 만들어지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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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