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흥행키워드로… 성정체성 본질적 고민은 비켜가
28일 종영되는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시청률 30%를 육박하는 흥행 키워드는 동성애였다. 흥행코드로서 동성애는 몇 년 새 대중문화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SBS ‘헤이헤이헤이 시즌2’ 같은 예능프로그램은 동성애를 콩트 소재로 적극 차용했고 개그 프로, CF에서도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심심찮게 보인다. 동성애 코드는 ‘쓰릴 미’ ‘백조의 호수’ ‘동키쇼’ 등 뮤지컬 무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동성애 코드의 유행을 촉발했던 영화 ‘왕의 남자’는 다음달 뮤지컬 버전 ‘공길戰’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과연 이들 동성애 코드 작품들이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과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데 기여했을까. 아직까지 동성애 코드 작품들은 동성애를 드라마의 새롭고 강렬한 멜로요소로 활용하지만, 동성 간의 사랑과 성적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고민은 한발 비켜가는 한계를 드러낸다. 동성애 역시 인간애의 한 범주일 뿐이라는 인식을 보여주지만 이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우회하는 것이다.
뮤지컬 ‘공길전’의 각색과 예술감독을 맡은 이윤택씨는 “‘공길전’을 연산과 광대 장생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여장광대 공길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그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동성애 드라마가 아닌 한 편의 멜로 드라마로 종결되고 있는 ‘커피프린스 1호점’에 대해서도 ‘반발짝의 진보’라는 시선이 있다. “알고 보니 이성애였다”는 안전장치를 해둠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고뇌를 이성애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성애 코드 역시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내는 색다른 설정이었던 셈. 극 중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 갈 데까지 가보자”던 최한결(공유)은 고은찬(윤은혜)의 정체가 여성으로 밝혀지자 그간의 고뇌를 훌훌 털어버린다.
최근 동성애가 이성애로 확인된 이후 “극적이고 아슬아슬한 떨림이 사라졌다”는 일부 시청자의 반응도 그래서 나온다. 때문에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동성애=금기’라는 편견을 세련되게 이용하고 더 강화했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커피프린스 1호점’이 지상파 TV에서 거부감이나 부작용 없이 동성애를 동료애, 인간애 차원으로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승화시킨 점은 큰 성과”라면서도 “대중문화 상품들은 동성애자를 특별난 사람으로 전형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동성애자를 우리 이웃의 자연스런 인간군상으로 그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2007.08.19 (일)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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