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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7-07-06 23:58:19
+0 873
동성애자 여성들의 빈곤문제 심각
    
성별, 나이, 외모차별 노동시장에서 위축돼


김영선 기자
2007-07-06 02:37:18  
“양극화에 있어 레즈비언도 예외는 아니다.” -A씨(24세, 학생)

“레즈비언에게 빈곤 문제는 너무나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부유한 레즈비언보다 그렇지 못한 레즈비언이 훨씬 많으니까.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안정적인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레즈비언이 어디 흔하겠는가.” -B씨(36세, 교육서비스직)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레즈비언의 빈곤 문제가 레즈비언 권리의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레즈비언들이 겪고 있는 빈곤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레즈비언 커뮤니티에는 “부유한 커플 순으로 줄을 세우면, 게이 커플 > 이성애자 커플 > 레즈비언 커플 순”이라는 농담이 돈다고 한다. 노동시장에서의 성별에 따른 고용차별과 임금차별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남녀의 격차가 커질수록 레즈비언들은 싱글이든, 커플이든, 공동체 생활을 하든, 사회 양극화의 말단을 차지하게 되는 비중이 커진다.

가난으로 인해 ‘레즈비언으로서의 삶’ 포기

레즈비언의 빈곤 문제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 여성들을 비롯한 여러 집단의 빈곤 문제와 다른 점은, 빈곤의 위협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 관련한 올바른 정보를 접하기 어렵고, 다른 세대의 레즈비언 역할모델을 찾기도 힘들기 때문에, 상당수의 레즈비언들이 앞으로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을 가진다고 한다. 이에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더해져, 레즈비언임에도 불구하고 이성과의 결혼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37세의 C씨는 “30대 초반에 (레즈비언임에도) 남자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C씨는 “어릴 적엔 도박과 같은 큰 잘못을 해야만 가난이라는 굴곡을 만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인생 잠깐 삐끗하면 빚이 생기고, 곧 가난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C씨는 한때 빚을 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당시 심경을 “죽고만 싶었다”고 회상한다. 최근 C씨는 20대 레즈비언들을 만나면 “힘들더라도 열심히 돈을 모아 놔라”고 조언하며, 재테크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권한다. “모아놓은 돈이 있어야 남자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다”는 게 그 이유다.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

36세 비정규직 노동자인 B씨 역시 30대 초반, 이성과의 결혼을 고민했던 레즈비언 중 한 명이다. “집에서도 경제적인 보조를 받을 수 없었고 취업은 계속 안 되다 보니 결혼에 대한 압박이 강했다. 직업을 갖게 된 후에도 월급이 너무 적어서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했다. 그 때는 선도 보러 다니고 정말 ‘이성애 가족으로 취업해버릴까’ 고민했다.”

B씨는 “가난한 레즈비언일수록 레즈비언 생활을 버리고 이성 결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갈등에 많이 빠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장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평소 생활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의지하게 되면, 당장 생활은 넉넉할지 몰라도 오히려 맞선이나 결혼과 같은 가족들의 강요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했다.

레즈비언이 자신의 정체성을 버린 채 사회적 편견과 타인의 시선에 갇힌 삶을 살지 않으려면,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요지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33세의 레즈비언 D씨도 스스로의 삶을 지키기 위해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독립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D씨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건강 등의 문제로 현재 빈곤상태에 있거나 미래의 삶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레즈비언들이 “주위에 갈수록 많아진다”고 우려했다.

차별 없는 노동시장, 고용안정을 원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상담팀장 김윤서이씨에게 레즈비언 빈곤 문제에 대해 물었다. 김윤씨는 “레즈비언 중에는 가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심지어 갈 곳이 없다거나, 집을 구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상담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 상담팀장은 “빈곤의 문제가 레즈비언에 대한 차별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 예로, 레즈비언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기대하는 ‘외모 꾸미기’나 ‘여성스러운 자태’ 등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수록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고용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뿐만 아니라,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가족들이 알게 되었을 때 집에서 쫓겨나거나, 학대를 당하거나, 어떤 지지나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살 곳을 마련하고 생활을 해나갈 만한 경제적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삶이 갑작스럽게 빈곤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레즈비언들은 빈곤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가 “고용의 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C씨는 “37세에 집에서 독립했다. 37세가 되어서야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이직을 하고 싶지만 좀처럼 불가능하고, (사측과) 임금 협상에도 당당하게 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C씨는 레즈비언의 빈곤 문제와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 빈부 격차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성별에 따른, 그리고 나이에 따른 차별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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