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소재를 웃으며 이야기하는 태도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의 가장 돋보이는 매력이다.
엄마가 여자를 사랑한다! 아름답고 다정한 피아니스트 엄마를 자랑스러워 해온 딸들은 여자 친구를 소개하는 엄마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세 딸은 화를 내기도 하고 당황해 하기도 하고 웃어넘기기도 하면서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써 보지만, 엄마의 애인은 점점 미심쩍게만 보인다. 둘째 딸 엘비라(레오노르 와틀링)는 한층 더 마음이 불편하다. 연애에 서툴고 되는 일 하나 없는 자신의 상황이 엄마로부터 동성애 성향을 유전받은 탓이 아닐까 불안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으레 오해하고 화해하고 만나고 헤어지기 마련. 성별의 조합이 남다르긴 하지만 좌충우돌 애정 행각의 과정을 유쾌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의 이야기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지 않다.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건 ‘엄마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뜻밖의 사건이 아니다. 소재 자체보다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딸들의 각기 다른 반응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7년째 공동 작업을 계속해온 여성 감독 이네스 파리스와 다니엘라 페허만은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에서 여러 여자들, 그중에서도 자신의 애정 문제를 엄마의 탓으로 돌리고픈 엘비라가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행동 하나하나마다 예상을 뒤엎는 못 말리는 그녀지만 바보같이 굴고 뒤돌아 후회하는 모습엔 사랑을 해본 이라면 슬며시 공감하게 하는 웃음이 있다. 여자를 사랑하는 엄마와 더불어 남자를 사랑하는 엘비라가 겪는 그 같은 과정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존경하던 작가이자 멋진 남자인 미구엘을 만난 그녀는 꿈 같은 데이트 기회를 잡지만 이미 엄마의 폭탄 선언 이후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터라 그 기회를, 그것도 두 번이나 스르르 놓쳐 버린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온 몸으로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은 딱하면서도 보기에 유쾌하다. 큰 눈과 입으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레오노르 와틀링은 자칫 주책처럼 보일 수 있는 엘비라의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살려준다.
여기에 성적 취향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동성애와 이성애를 가로지르며 점점 더 갈피 없이 흘러가지만 그것들이 수습되는 결론에선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역시 현실보다 판타지를 손쉽게 택한다. 그러나 민감한 소재를 웃으며 이야기하는 태도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의 가장 돋보이는 매력이다. 엄마와 딸,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뒤엉키는 점입가경, 그리고 결혼 제도의 엄숙함을 살짝 웃어넘기는 결말은 자신의 동성애 감수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