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미국에서 동성 결혼 인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상당수 국가들이 이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동성결혼을 인정한 국가는 덴마크로 지난 89년 동성간의 혼인관계를 인정한데 이어 동성 부부에게 자녀 입양권도 부여했다. 다른 북구 국가들도 90년대에 덴마크의 선례를 뒤따랐다.
프랑스(2000년), 독일(2001년), 네덜란드(2001년) 벨기에(2002년) 등도 동성 부부들의 '시민적 결합'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특히 네덜란드는 민법조문에서 남녀의 결혼과 동성 결혼의 차이를 두는 문구를 아예 없앤 최초의 국가였고 벨기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두 국가의 동성부부는 자녀 양육과 생명.의료 보험, 연금, 사속 등에서 아무런 차별을 받지 않는다.
영국도 곧 시민적 결합을 인정하고 동성 부부에게도 이성 부부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위스는 동성과 이성 부부에 대한 법적 대우에 균형을 취하는 법안을 도입할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
스위스의 지자체를 보면 최대 도시인 취리히에서 지난해 7월부터 동성 부부의 혼인 신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제네바의 경우는 동성 혼인을 인정하지만 이성 부부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가톨릭의 교세가 강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교황청의 입장을 존중해 동성 혼인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녀의 결합에 기초한 정통 기독교 윤리를 강조해왔다. 교황청은 동성 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라고 해도 나바라와 바스크 지방에서는 오랫동안 삶을 함께 한 동성 부부에게 이성 부부와 같은, 민법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인접국인 포르투갈도 레즈비언과 게이 커플의 법적 권리를 차별하지 않고 있다.
북미에서는 캐나다가 지난해 6월 게이 부부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오타와와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법원이 동성 부부의 결혼을 허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상당수의 미국인 게이와 레즈비언이 현지로 몰려들기도 했다.
남미의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수도 부에노스 아일렌스가 남성 부부의 혼인 신고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 부부에 가장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2001년 4월 1일 자정을 기해 6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 이후 근 3년이 경과한 현재는 동성 부부에 대한 논란은 거의 잠복한 상태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네덜란드에서는 동성 결혼이 일상적인 일이 돼 미국에서 동성 결혼을 놓고 입씨를 벌이는 것을 오히려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성 부부로는 처음으로 이혼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동성 결혼을 생가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 다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94년 인종차별이 철페된 이후 헌법을 통해 게이들의 권리가 인정했고 일부 민간단체들의 민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단계.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대만이 진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동성연애를 더이상 정신병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적으로 동성 부부들은 결혼 과저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11월 동성애 결혼 합법화와 동성 부부의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 의회의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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