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로 또 에이즈 감염
지난 5월에 이어 석달 만이다.
이로써 국내에서 수혈로 HIV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4명으로 늘어났다.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12월 A씨(21)가 헌혈한 혈액을 같은달 경기도 고양시와 서울의 모 병원에서 수혈받은 B씨(62)와 C씨(65)가 HIV에 감염됐다고 24일 밝혔다.
보건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입대한 A씨는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던 기간 중 헌혈을 했다.
당시만 해도 A씨의 혈액에는 HIV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효소면역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돼 정상적인 혈액으로 병원에 공급됐다.
에이즈 감염 초기(3~4주)에는 혈액에 바이러스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혈액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인 탓이다.
A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3월 부대에서 실시한 헌혈에서다.
A씨의 혈액이 HIV 양성 반응을 보인 뒤 지난 5월 실시한 재검사에서 HIV 양성으로 최종 판명되자 군 당국은 보건원에 A씨의 감염 사실을 통보하고 A씨를 전역시켰다.
입대 전 동성애 경험이 있었던 A씨는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건원이 혈액 공급 경로를 역추적해 수혈을 받은 B와 C씨를 찾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지난달 최종 확인했다.
이들 가족은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보건원은 밝혔다.
?문제점=허술한 혈액관리 및 공급체계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현재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서는 효소면역검사를 통해 에이즈 감염 여부를 판정한다.
문제는 에이즈에 감염된 3~4주 이내의 초기 감염자의 경우 헌혈 혈액에 실시하는 효소면역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을 나타낸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에이즈 초기 감염자가 헌혈할 경우 수혈을 통한 제3자 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8-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보건원이 도입하려는 핵산증폭검사법(NAT)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을 '감염 후 3~4주 이내'에서 '감염 후 2~3주 이내'로 1주일 정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A씨처럼 헌혈을 할 때 실시하는 문진(問診)에서 동성연애 경험 등을 숨길 경우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B씨와 C씨처럼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미미한 수준이다.
보상도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적십자사 내부 지침인 '헌혈 및 수혈사고 보상 위자료 지급 시행규칙'에 따라 1인당 3천만원 정도의 위자료가 지급되는 것이 전부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2003년 8월 24일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