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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인도 우다이푸르 공항의 검색대. 마침 종교 갈등으로 인한 테러를 막기 위해 비행기 탑승객 몸수색이 한층 강화됐을 때다. 헤어 컬렉션 참가차 인도를 방문한 서울 강남의 유명 미용실 헤어드레서 임모씨(28)의 몸을 수색하던 인도 군인이 그의 가슴을 손으로 훑은 뒤 놀란 표정을 지었다.

“You're not a woman.(여자가 아니군)”

임씨는 어깨에 닿을락 말락한 파마 머리에 컬을 많이 줘서 뒤쪽으로 넘겼고 엷은 오렌지색 염색을 했다. 그는 평소 피부 마사지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출근 전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는 것은 기본. 옷장이나 신발장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셔츠와 바지, 명품 구두들이 있다. 갑부는 아니어도 자신을 가꾸는 데 인색하지 않다. 그를 두고 “여자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최근 강남 한 백화점의 남성용 스킨케어 브랜드인 비오템 옴므 매장에서는 미백 화장품이 들여놓은 지 며칠 안돼 품절됐다. 장 폴 고티에 남성 화장품이 올해 내놓은 립밤(입술보호제)은 거의 여성용 립스틱 같은 색조다. 피부 관리 전문 병원에는 박피, 점 빼기는 물론 성긴 눈썹을 심거나 가슴 털을 뽑으러 오는 젊은 남성도 있다.

과거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돼온 곳에 남성이 들어서고 있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런 취향의 남성을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라고 부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주목받는 남성은 메트로섹슈얼”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메트로섹슈얼

메트로섹슈얼은 자신의 패션과 미용에 관심을 쏟는 21∼35세의 남성을 말한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주로 고급 미용실과 뷰티숍, 분위기 좋은 바와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 대도시(메트로폴리스)에 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단어는 1994년 영국의 문화비평가 마크 심프슨이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때 심프슨씨는 패션업계가 남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며 조롱했다.

그러나 그는 곧 달라졌다. 작년 7월 인터넷 미디어인 ‘살롱 닷컴(www.salon.com)’에 ‘메트로섹슈얼을 만나자’라는 글을 올리고 “그들은 자신을 사랑하며 거기서 즐거움을 얻는 성적 취향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메트로섹슈얼로서 대중에게 어필한 사람은 영국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다. 축구를 하면서도 그는 매니큐어를 칠하고 매번 머리모양을 바꾸며 부인 빅토리아의 끈팬티를 입기도 했다. 남성 동성애 잡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그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고 했다.

메트로섹슈얼은 자신의 여성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려 한다. 자신의 몸에 탐닉하고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관심을 쏟는 나르시스트다.

물론 외형적 이미지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광고대행사 ‘유로 RSCG 월드와이드’가 6월 영국과 미국의 21∼48세 남성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성 역할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자신을 ‘원만한’ ‘자상한’ ‘개방적’이라고 표현했다.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미국의 미래학자 메리언 살즈먼은 “메트로섹슈얼은 배우자와 함께 늙어가며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를 꿈꾸는 가정중심적인 남성”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메트로섹슈얼이 남녀 성역할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나타나는 새로운 종류의 성(gender)이라고 주장한다.

●변화하는 남성

서양의 메트로섹슈얼이 묘사하는 남성상은 한국에서도 그리 드물지 않다.

1990년대 후반 불기 시작한 이른바 ‘꽃미남’ 열풍이 그렇다. 아예 옛날부터 꽃미남의 시대였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이 사랑한 남자 배우들 대부분이 여성적인 외모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성일이 그랬고 로버트 레드퍼드가 그랬다.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원빈, 배용준, 송승헌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올해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라는 책을 낸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여성들은 원래 남성미도 있으면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며 아이를 함께 기를 수 있는 좀 더 감성적인 남성을 원했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그동안 남성성을 부러워한 것은 단지 남성중심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남성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변하고 있다.

살즈먼씨는 7월 영국 옵서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운동이 남성을 변방으로 밀어내고 TV시트콤에서 남성들이 무능력자로 묘사되기 시작하면서 메트로섹슈얼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삼성패션연구원 서정미 수석연구원은 “플로러리스트나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아이큐(IQ)보다 이큐(EQ)를 중시하고 감성이 부가가치를 더하는 직업 등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통적인 남성이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 특히 여성 스스로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마초 남성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나는 미소년이 좋다’의 저자 남승희씨의 주장처럼 “남성의 경제 능력은 순위 밖이고, 잘생긴 외모나 성격, 개성을 중시하는 여자들이 늘어나면 남자들도 꾸밀 수밖에 없는”것이다.

메트로섹슈얼 혹은 꽃미남은 과거 ‘호모’나 ‘여자 같은 놈’이라고 욕을 먹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렇게 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사람 속에는 남성과 여성이 공존한다”며 “메트로섹슈얼은 남성이 갖고 있던 여성성을 드러내면서 내면적 본질을 찾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메트로섹슈얼은 단지 꽃미남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빚은 듯한 외모가 메트로섹슈얼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내면의 여성성을 인식하고 가꾸려는 의지만 있다면 당신도 얼마든지 메트로섹슈얼이 될 수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당신의 메트로섹슈얼 지수는?▼

1. 당신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스타는?

a. 데이비드 베컴 b. 벤 에플릭

c. 조니 뎁

2. 가장 완벽한 주말 저녁은?

a. 최신 바에서 보드카 칵테일 한 잔

b. 친구들과 비디오게임

c. 자주 가는 동네 술집에서 맥주 한 잔

3. 머리는 어디서 자르나?

a. 20년간 다닌 동네 이발소

b. 눈에 띄는 이발소라면 아무 데나

c. 고급 헤어살롱에서 수석디자이너에게

4. 어떤 종류의 옷을 입나?

a. 유명 디자이너 제품

b. 깨끗하고 편하다면 아무거나

c. 장소와 상황에 맞는 옷

5. 여자친구나 아내의 화장품을 쓴 적이 있나?

a. ○ b. ×

6. 매니큐어를 한 적이 있는가?

a. 물론.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b. 한 번 해봤지만 비밀이다

c. 매니큐어라니…

7. 쇼핑이란?

a. 꼭 필요한 일 b. 명절에나 하는 일

c. 짜증난다

8.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 시간은?

a. 샤워 시간 빼고 한 시간 정도

b. 세수하고 옷 입으면 끝 c. 20분 정도

(출처:www.abcnews.com)

▼점수별 타입

▽8∼12점: 당신은 스 타일에 전혀 무신경

▽13∼18점: 패션 센스 는 있지만 중용을 지 키는 타입

▽19∼22점: 당신은 메 트로섹슈얼!

동아일보  8.21 (목)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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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