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title_Marine
<<사랑을 잃은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나는 맨발에 가슴을 묻고 슬픔을 견디노라...>>

파라다이스가 존재할까? 나에게 파라다이스는 무슨 의미일까? 만약 그럴 리 없겠지만 파라다이스에서 맨발에 가슴을 묻고 슬픔을 견딘다면 그곳은 파라다이스일까?

어렸을 때 나는 진정한 파라다이스는 진공상태라 생각했었다.
진공상태,  말 그대로 진공이어서 아무 것도 없다. 슬픔도, 눈물, 분노, 추함도  기쁨, 아름다움 그리고 그런 것들을 느낄 감정자체도 없을 곳.  8, 90년대에 자주 거론되면 회색 빛조차도 없을 그런 곳... 진정한 파라다이스는 어디일지...

아련한 추억 하나가 머리에 떠오른다.
내가 5, 6살 때 역삼동에서 살던 시절, 어느 아침이었다. 우리 누나 둘과 형은 학교 갈 채비를 시작했다. 같이 놀아줄 누나들, 형이 없어질 것을 생각하자 서러워져 울면서 나도 학교에 가겠노라고 떼를 썼다. 울 어머니는 세 국민 학생의 도시락, 준비물을 챙기시니라 바쁘셨고, 그것은 날 더 슬프게 만들었다. 항상 보듬어주시고 어루어주시던 어머니가 거들떠보시지 조차 않으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나들 형이 학교를 향해 출발하고 어머니가 아침상을 치우는 틈을 타서 난 몰래  누나의 다른 가방 하나를 갖고 나와서 좁은 어깨에 걸고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는 순간, 어머니가 파란 슬리퍼를 신고 뛰어오시며 내 이름을 부르셨다. 그때부터 철이 들었던 게지, 난 차마 건널 수가 없었다. 파란 불이었는데... 어머니는 손을 꼭 붙들고 집으로 데려오셨다. 화가 나고 짜증도 났다. 나만 빼고 왜 학교를 못가게 하시는지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억울했다. 울고 조르니라고 아침을 안 먹은 것을 똑똑하게 아시는 어머니는 밥과 내가 좋아하는 반찬 두 세 가지만을 꺼내놓으셨다. 이윽고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무릎에 앉혀놓으시곤 손수 한 숟가락씩 반찬을 얹어 떠주시기 시작하셨다. 한참을 울면서 밥 먹으니 노곳노곳 했던지 난 잠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숨이 막혔다. 어머니가 팔베개를 해주시고 한 쪽 팔과 다리를 내 몸 위에 올려놓으시고 주무셨다. 날씨가 가뜩이나 꽤 더웠는데 어머니의 살찐 살이 닿아서 숨막히고 땀이 흘렀다. 난 답답해서 더 이상 그 자세로는 한시도 있을 수 없었다. 마치 본능으로 그 무거운 다리와 팔을 날렵하게 빠져 나와서는 "엄마는 돼지야"를 내뱉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진정한 파라다이스는 어머니 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더 이상 살아 계신 분이 아니라서 그것이 더 그럴듯하게 생각되는지도 모르지만. 당신께선 날 안고 슬픔을 견디셨으리라. 내가 어머니를 안고 슬픔을 견뎠듯이. 간사하게도 지금에야 이런 생각을 한다. 그때 조금만 더 오래있을 껄... 그때 조금만 더 오래 있어드릴 껄...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아직도 내겐 어머니를 통한 파라다이스는 존재했으리라.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의 파라다이스가 끝난 것은 아니다. 내겐 다른 파라다이스가 있겠지. 마치 파랑새를 찾던 치르치르 미치르처럼 찾아야 하겠지만 그 파랑새같이 내 파라다이스도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뻗으면 손닿는 곳에...

물바람 2004-07-23 오전 07:15

그러게요 빨리 찾으세요 파라다이스를 자기가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여? 나도 뭐 물론 잘 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고하는 것은 조금 쉬운
일 인것 같아서 한마디 조금더 조금더 를 외치다 보면 시간이 사정없이 지나버리더라구요
많은 연습이 필요 할 것 같아요 파라다이스를 만드는 일에도 열심히 함 함 해보세요

belbear 2004-07-23 오전 07:17

고맙습니다. 바람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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