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대로라면 수요일날 정리된 상태로 끝내서 목요일 오전 중에 CG팀으로
파일들을 넘기면 CG팀에서 하루 정도 작업해서 오늘 아침에 인쇄소로 넘겼어야 하는
작업이 수요일 밤 12시에 소장이 뒤집는 바람에 목요일서부터 오늘 3시까지 잠 한 숨 못자고
근 30시간 가량을 꼬박 일했다.
난 업무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자신의 능력이 출중해서 모든 프로젝트를 꼼꼼히 검토하고 지시를 내릴 수 없다면
자신이 아래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의 능력을 믿고, 그것에 대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검토권을 넘겨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소장처럼 지 일에 허덕이다가 다른 사람이 다 진행한 일을 완전히 뒤엎는 일은
자신의 위상을 깍아먹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은 그런 자리에 있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할런지도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쟀든 원래 오늘은 영화를 보려고 했었는데....
영화도 보고싶었고, 놀고도 싶었고, 빚도 갚을 것이 있었어서...
게다가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해보고 싶었고...
집에들어와서 한 두시간 정도 자고 가려고 6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이놈의 알람이 문제가 있는지
내가 잠결에 듣지를 못한 것인지 약속시간 3분전에 전화가 왔다.
너무나 미안하다.
그리고 영화표 예매한 것두 아깝다. ㅠ_ㅠ
어쩃든 한 두시간 자니깐 잠은 또 다 깨고...
왜 이렇게 체력은 또 강한 것인지 더 잠도 안 오고 피로도 풀린 것 같다.
친구사이 제2의 철녀의 왕관을 물려 받아야 하는 걸까?
뭘 할까?
노가다 카페 사람들이나 오랫만에 관리좀 해주까?
생각해보니 돈두 없고, 나가기는 또 귀찮다.
그래서 지금 이시간까지 다운 받아둔 엑스파일을 보다가 지난번에 솔라리스를
다운 받고서는 보지 않아서 보았다.
글쎄...깨고 부수고 춤추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또 엄청 욕을 하겠다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고,
두번째로는 역쉬 내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뉘는 넘넘 멋있다는 생각....게다가 이번엔 누드도 많았고...
세번째는 셋트에는 돈을 많이 썻겠지만 배우들에게 들어간 돈은 정말 얼마 안되겠다는 생각....
마지막으로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떻게 기억이 되는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어디서 읽었는지 어디서 보았는지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분명히 이세상에 현존하는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일런지 모르나, 그것이 주변의 사회와 관계를 맺어가고 살아갈 때
그 존재는 각기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에 따라 수십개 수백개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내가 느끼는 나라는 존재는 하나일 수도 있다.
물론 내안의 나라는 것이 일원화되어 있는지 아니면 수많은 나라는 존재가 마치 회의처럼 의결을
거쳐서 외적인 나라는 존재의 행위나 사고를 결정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회사에서의 나,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의 나, 군대에서의 나, 학교에서의 나....그리고
그런 각기 다른 나와 관계를 형성해온 사람들 속에서의 나는 정말 수없이 많은 것일거다.
아마도 내와 관계가 있는 사람 수 만큼의 "나"가 존재를 하겠지...
솔라리스 행성에 가면 그 행성의 영향력인지, 자신이 소망하는, 만나고 싶었던 존재가 나타나게 된다.
환상도 꿈도 아닌 실체로서...그것은 연인일수도, 자식일수도, 자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존재는 그 존재를 원하는 이의 기억에 의해서 구성된 존재이고,
자신의 자아와 상대의 기억속에서 밖에 존재하지 못하는 자신에게서 괴리를 느낀다.
그리고 인간은 그 존재에게서 또한 괴리를 느끼고, 자신이 아니면 파괴하고 배척하려 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마치 우리들에 대한 포비아들이나 다른 수많은 편견을 가진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의 메세지는 이정도까지이고 그 다음은 헐리우드다.
결국 조지클루니는 솔라리스의 일부였고, 우주선의 침몰과 함께 솔라리스와 하나가 되면서
인간으로서의 아픈 기억들도 모두 잊고, 결국 솔라리스와 하나가 된다.
끼워맞추자면 자연 회귀적인 혹은 모성회귀적인 냄새를 실으려 한 것 같다.
글쎄 내가 영화를 보면서 항상 그런 쪽으로 초점을 맞추려 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 존재가-단지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 존재이기 위한 조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면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중간 중간 잘 이어지거나 설명되지 않는 부분 혹은 영화내 배역들
사이의 힘의 균형 같은 면은 그다지 수작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복선이라고 넣어 놓은 것도 유치한 수준이고, 식스센스식의 반전을 무리하게 꾀하려다 보니
갑작스럽게 어색해지기도 하고...
어쨌든 모든 책과 영화와 음악에는 물론 다른 모든 존재하는 것에 의미가 있고,
우리가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증오하고, 혐오할 존재는 글쎄...있다면 문희준 정도랄까....-_-;
엉망이 된 스케줄...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아쉬움...
그리고 우울한 영화를 본 후의 외로움이나 고독감 같은 것...
일단 이런 기분이 들면 내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가 또 들기 시작한다.
멀게는 고등학교 때 왜 첫사랑과 헤어졌다고 내 인생의 고삐의 박차를 잠시나마 늦췄을까?
진정 내가 건축을 하는 것이 즐거워서 하는 걸까? 혹은 내가 학생때처럼 설계하는 것에
아직도 빠져있을까?
왜 다른 이들은 섹스도 잘하고, 연애질도 잘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매일 어긋나기만 할까?
나는 지금 나름대로의 나의 인생을 잘 살고 있는걸까?
내가 항상 바쁘게 사는 이유는 이런 자신에 대한 회의를 하지 않기 위해서일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외롭고 우울하고 누군가 나를 진정 사랑해줄 수 있을 사람이 그리운 금요일 밤이다.
지는 밤에 잠이 안와서 에반게리온 다운받아서 다시 보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