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몰아친 장맛비처럼 공연 연습과 공연이 몰아치며 끝났습니다.
몰아친 연습, 또 연습을 하는 동안,
‘아 하기 싫다. 피곤하다’ 연습 빠질 생각을 하며 이런 저런 이유를 찾고 찾았지만,
결국은 항상 연습실에 앉아서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의에서였든 타의에서였던 여러 단원들과 함께 입 모아서 한소리로 노래를 하는 건 정말로 큰 의미인거 같습니다. 무대를 오르는 마음 혹은 공연에 대한 마음가짐, 노래에 담는 진심은 다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여러 관객, 객원, 스텝, 단원들의 마음들을 크게 울린 진심은 다 같았을 겁니다.
이번으로 두 번째 공연에 올라갔지만, 처음 제가 지보이스에 들어오며 가졌던 마음은 지금의 마음은 다릅니다. 사실 저는 처음엔 지보이스에서 공연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게이들이 모여서 노래하는 콰이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갈팡질팡 하던 시절에 지보이스를 찾았고, 잠깐 머무는 바람 혹은 공기같은 존재로 있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말을 하지 않았고, 공연은 하겠다 약속은 했으니 약속은 지키자! 라는 생각만.. 그렇게 첫 번째 공연에 올라갔고, 생각지도 못한 뭉클함과 가슴 벅차오름이 저의 마음을 움직였고, 앞으론 진심으로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공연까지 하게 됬네요..
이번 공연에서는 저는 사실 노래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고민과 공허함, 불안함이 마음에 가득 들어차 사실 그냥 기계적으로 노래만 했었습니다. 가사와 노래를 느낄 여유는 없었..어요... 어느 한 단원과 통화하는데 자기는 요새 기계적으로 노래만 부르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에 가사와 노래를 느끼며 노래를 불렀었는데 노래 외우는데 급급해져,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아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래에 담긴 진심과 의미는 내버려두고 그냥 음만 맞춰 노래만 하고 있었습니다.
공연당일 마지막 리허설 때, 의미와 진심이 담긴 노래 가사들이 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주었고, 뒤늦게 노래 안에 담긴 진심을 알게 되어 눈물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내가 쉽게 기계적으로 부를 노래들이 아니라는 생각... 또 목이 잠겨 노래를 부르기가 힘들었습니다.
다른 한 단원은 제가 힘들다고 투정부릴 때, 지보이스의 자작곡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정말 노래 한 곡, 한 곡 안에 단원들의 마음이 녹아들어, 일기장을 함께 읽고 마음을 보여주고 얘기하고 서로 위로 해주고 또 위로 받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얼마나 더 지보이스에서 노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는 동안은 정말 지보이스에 진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따로 또 같이 노래를 하고 함께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번공연으로 또 많은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갈 길이 더 멀겠지만, 앞으로도 지보이스와 함께 더 배우고 더 자라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신 많은 분들의 노력과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지보이스를 10년 동안 이끌어 오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두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