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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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9-11-19 13:42:46
+0 831



귀를 기울여 Prick Up Your Ears, 스티븐 프리어스, 1987
게리 올드만, 알프리드 몰리나



리스트에 내내 묻어 놓았던 이 영화를 결국은 보게 되네요. 영국 극작가였던 조 오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3년 동안 쏟아낸 주옥 같은 작품들을 놔둔 채 함께 살던 동성 애인이 내리친 망치에 요절해 버린 존 오튼의 실화.

하지만 조 오튼의 실화보다 이 영화가 충격적인 것은 1960년대 영국 게이 커뮤니티의 쿠르징 문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경찰들에게 쫓겨다니며 공원에서, 화장실에서 애인과 함께 남자 사냥에 나선 조 오튼의 모습은 실랄하기 짝이 없네요. 이 때만 해도 영국에서 동성애는 법률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게리 올드만이 부여한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이 모든 풍경들이 더욱 극적으로 도드라졌을 겁니다.

'시드와 낸시'와 '귀를 기울여'의 게리 올드만은 배우와 헐리우드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게리 올드만은 '귀를 기울여'의 조 오튼 역만 할 수 있냐, 며 영국을 등지고 헐리우드로 떠나게 되죠. 말콤 맥도웰의 연기에 영향을 받고, 영국 노동계급의 반항적인 하위 문화에 뿌리를 담근 게리 올드만은 항상 뭔가 반항적이고 저돌적이죠. 그런 그가 공화당 지지자라는 건 좀 웃긴 일이긴 합니다. 물론 이제 그의 연기는 자신의 매너리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요.

여튼 천재성을 발하던 조 오튼이 10년 넘게 살아온 동성 애인의 질투 때문에 결국 망치 세례를 받고 죽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좀 무서워집니다. 파트너 한 쪽만 잘 나가는 경우에 파멸이 어떻게 그려질 수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거든요. 파멸에 이르기 전에 귀를 잘 기울일 일이에요.



P.S
역시 스티븐 프리어스의 초기작들은 경탄할 만합니다. 그가 헐리우드에 가서 망가진 것도 아쉬운 일이고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와 더불어 '귀를 기울여'는 6, 70년대 영국 게이 씬의 가장 훌륭한 이미지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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