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wlers, Sir William Blake Richmond, 1870리치먼드 경의 '볼링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냐며 힐난과 비판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그림이 온통 호모에로틱했기 때문이죠. 리치먼드 경은 자신은 그냥 '형제애'를 그려 보이고 싶었다고 항변했지만, 세간의 평은 그에게 혹독했습니다. 가뜩이나 보수화되고 있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눈치 없는 행태처럼 보였던 모양이에요. 소년들의 자위를 방지하기 위해 발기가 되면 부모들이 자동으로 종이 울리게끔 하는 장치를 달아놓는 걸 스스럼 없어 했던 그 사막한 시대에 이런 그림을 들고 나왔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요? 용기일까요? 아니면 눈치가 없었던 걸까요?
물론 그가 게이라는 증거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만, 그의 친구가 존 러스킨이라는 이유도 별로 이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만, 그가 그리스에 매혹되고 라파엘전파에 영향을 받은 게 이 그림을 그리게 된 동력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요.
여하간 저한테 더 놀라운 것은 귀신처럼 이런 그림 속에서 호모섹슈얼을 찾아내 '굳이' 억압하려 드는 그 심리적 기제예요. 저 그림이 정말 호모에로틱한가요? 진정 맨몸으로 고대 그리스 김나지움에서 뛰어놀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사랑해 마지 않았던 그 미소년들처럼 보이나요? 네, 제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군요. 낄낄.